[사설] 공장 짓는 데만 7년…규제·떼법에 발목 잡힌 'K반도체'

입력 2021-04-23 16:54   수정 2021-04-24 00:06

SK하이닉스 등이 입주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부지 선정 2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못 뜨고 있다는 한경 보도(4월 23일자 A1, 3면)를 보면 허탈감부터 든다. 정부의 산업단지 승인에만 2년이 걸렸고, 지금도 토지보상 절차 등 일정이 계속 지연돼 착공이 내년으로 미뤄질 판이다. 2년이면 미국과 중국에선 이미 공장을 짓고 생산에 들어갔을 시간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치열한데 한국에선 늑장행정과 떼법 탓에 나가 싸울 병사(기업)가 장비(생산설비)조차 제때 못 챙기는 처지다.

반도체는 미래산업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재 중의 필수재다. 미·중을 비롯해 각국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한다.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을 초청해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어 보이며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독려한 장면이 상징적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40%를 세액공제해주고, 228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50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세계대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안보동맹과 연계된 기술동맹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은 중국에 맞서 확실한 ‘공급망 동맹’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파운드리(수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미국 요청에 부응해 애리조나주 공장 투자액을 당초의 3배인 360억달러(약 40조원)로 늘렸다. 또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R&D 시설과 후(後)공정 생산라인을 짓는 형태로 진출을 모색 중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은 답답하기만 하다. 반도체 기술동맹에 관한 정부 전략은 안 보이고,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반도체 1위 기업’ 총수는 감옥에 있다. 국내에 공장 하나 짓는 데 7년(삼성전자 평택공장 사례)이나 걸리는 게 현실이다. 수도·전기를 끌어오는 것도 기업이 일일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이러다간 메모리 1위 입지도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

반기업 입법을 쏟아내던 여당이 ‘반도체 기술패권 전쟁 특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뒤늦게 부산한 움직임이다. 각국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속에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국내투자 촉진책을 마련하고, 투자 발목을 잡는 규제도 빨리 없애야 한다.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글로벌 패권다툼 속에 운신할 여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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