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대도 못 판 중국 회사가 '100년 역사' GM 시총 넘었다? [강현우의 차이나 스톡]

입력 2021-04-24 10:00   수정 2021-05-23 00:04



상하이모터쇼가 최근 개막했죠.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만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대거 참여합니다. 로컬 완성차업체들도 자국에서 열리는 최대 모터쇼인만큼 부스를 엄청나게 크고 화려하게 차린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헝다자동차라는 회사가 BMW 바로 맞은편에 부스를 열고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헝다차는 아직까지 자동차를 한 대도 못 팔았는데 시가총액은 중국 자동차 회사 중에 1위라고 합니다. 오늘은 헝다차와 중국 부동산업체들의 전기차 사업 진출에 대해 좀 짚어보겠습니다.

Q1. 아직 차를 한 대도 못 판 회사가 역사가 100년인 GM보다 시총이 크다고요.

헝다자동차는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고요, 종목코드는 0708입니다. 이 종목이 1년 전에 5.6홍콩달러 정도 했는데, 최근에는 70홍콩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1000% 뛴 겁니다. 시가총액은 6700억홍콩달러 안팎인데, 우리돈으로는 96조원, 달러로는 860억달러 정도입니다.

중국 자동차주 가운데 1위고요. 2위가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BYD인데 4800억홍콩달러니까 차이가 상당히 납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하고 비교해보면 테슬라, 도요타, 폭스바겐, 벤츠를 갖고 있는 독일 다임러 다음에 헝다차입니다. 헝다 뒤에 제너럴모터스, GM이 840억달러고요, 미국 크라이슬러, 이탈리아 피아트에다가 프랑스 푸조까지 합병해서 출범한 스텔란티스가 650억달러로 그 다음입니다.


Q2. 중국 전기차 신세력들이 한동안 주목을 받았었는데, 신세력하고 비교하면 어떤까요?

중국 전기차 신세력이라고 하면 보통 니오 중국명 웨이라이, 샤펑, 리샹 이렇게 세 곳을 꼽는데요. 선두주자인 니오가 550억달러로 스텔란티스 바로 뒤에 있습니다. 헝다차 시총이 니오의 1.5배 안팎입니다.

니오는 그래도 최근에 누적 10만대 판매도 달성했고요. 작년 상반기에는 매출총이익에서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부문에선 적자이긴 하지만, 매출에서 제품 원가를 뺀 부분인 매출총이익에선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뜻이고요. 물론 아직은 마케팅같은 판관비를 적용한 다음 단계인 영업이익 부문에선 적자를 내고 있긴 합니다.

니오 등등 중국 신세력 3사도 거품 논란이 있었고 주가도 고점 대비 40%정도 빠진 상태입니다. 헝다차는 아직 차도 못 파는 단계이니 거품이라 하기도 좀 민망하긴 합니다.

Q3. 헝다차차는 그럼 어떤 회사인가요? 헝다그룹 계열사니까 유리한 점도 있겠죠?

모기업인 헝다그룹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개발회사입니다. 영어로는 에버그란데그룹이라고 하고요. 참고로 첫번째는 비구이위엔, 컨트리가든이란 업체입니다. 헝다그룹도 홍콩증시 상장사고요, 시총은 1800억홍콩달러 정도니까 자회사인 헝다차의 3분의 1도 안됩니다. 물론 연 매출은 5000억홍콩달러, 약 70조원 할 정도로 큰 회사고요.

회장은 쉬자인이란 사람이고 중국 최고 부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부동산개발업체들이 그동안 큰 돈을 벌어오긴 했는데, 중국은 땅을 국가가 소유하고 사용권을 내주는 식이라 아무래도 규제 리스크가 상당히 큽니다. 쉬자인 회장이 전기차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부동산개발업이 기본적으로 외부 돈을 끌어들여서 토지를 확보하고 아파트나 상가를 짓고 하는 사업이다보니 헝다차도 자금 조달 능력은 일단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기업이나 오너 리스크가 헝다차에도 전이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작년 11월에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각 지방정부에 그동안 헝다차에 투자한 내역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한 겁니다.

Q4. 정부가 전기차 사업 리스크 점검을 한 건가요?

네 그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중국 경제 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각 지방정부에 무분별한 전기차 프로젝트를 억제해야 한다면서 2015년 이후 6년 동안의 전기차 투자 내역을 보고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헝다차를 콕 집어서 헝다차에 대한 투자 내역은 빠짐없이 넣으라고 한 겁니다.

투자자들은 당연히 헝다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의구심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고요. 헝다차 주가는 장중에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주가는 다시 두 배 이상 떠 뛰었습니다.

Q5. 아직 차를 한 대도 못 팔았으면 실적도 없을텐데 어떻게 상장이 돼 있죠?

상장돼 있는 헝다차는 지난해 7월 헝다헬스에서 회사 이름을 바꾼 기업입니다. 헝다헬스, 헝다찌엔캉은 이름처럼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의료서비스업체고요. 지금도 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었고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2년정도 전인 2019년 2월에 전기차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초기 투자금만 20억달러 약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고 했고요. 그리고 그 사업부를 계열사 중 하나인 헝다헬스에다가 설립했습니다. 그러고나서 작년에 이름을 바꿨고요.


Q6. 지금 상태는 어떤가요?

말씀드린 대로 아직 차가 안 나온 상태고요. 공장만 계속 짓고 있습니다. 본사가 있는 광저우을 비롯해서 상하이 텐진 세 곳에다가 동시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여전히 장비를 들여와서 시험가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자본금도 부족하고 자동차 생산 경험도 부족해서 다른 완성차업체 공장을 빌려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슬라도 GM과 도요타가 예전에 쓰던 공장을 사서 시작했고요.

헝다는 워낙 자금 동원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처음부터 세 곳에다가 시작했습니다. 또 2022년, 그러니까 내년부터 연간 50만대 이상을 생산할 것이라는 목표도 제시했고요. 2025년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이 되겠다고도 했습니다.

작년에도 8월에 여섯 종의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9월부터 시험생산을 시작한다고 했지만 못했고요, 올들어 지난 3월에는 올해 말부터 시험생산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업계에선 내년은 이미 정상적으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고, 2023년이나 돼야 양산을 시작할 걸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Q7. 지금까지만 보면 상당히 부정적인거 같은데, 그래도 투자할 만한 포인트가 있으니 주가가 이렇게 뛰는 거겠죠?

중국에서 헝다차를 두고 하는 우스개소리 중 하나가 헝다는 전기차 빼고 다 준비됐다는 겁니다. 그만큼 이런저런 준비는 많이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헝다차의 연간보고서를 보면 2년 동안 전기차에 474억위안, 약 8조원을 투자한 걸로 나오고요, 또 이 중에서 249억위안, 4조2000억원을 R&D에 썼다고 기입했습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드러난 투자액이 상당합니다.

이런 자금 면에서는 쉬자인 회장과 헝다그룹 백그라운드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 회사가 지난 1월에 유상증자를 했는데 금액이 260억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3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걸 일반공모도 아니고 제3자배정방식으로 했습니다. 쉬자인 회장이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이런 대규모 증자를 성공시킨겁니다.


Q8. 한국 배터리 인력들도 상당히 많이 헝다차로 갔다고요.

네. 헝다차의 강점으로 인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헝다 배터리연구소 직원이 800명정도 되고, 이 중에 상당수가 한국과 일본 출신이라고 합니다. 연구소장이 SK이노베이션과 현대모비스에서 근무했던 이준수 소장이고요, LG화학과 삼성SDI 출신 임원들도 대거 이동했습니다. 또 디자인 측면에선 BMW에서 미니 브랜드 디자인을 책임졌던 덴마크의 안데르스 바르밍이라는 유명 디자이너에게 작년에 공개한 여섯종 중 세 종의 디자인을 맡겼고요, 그래서 그런지 자동차 외관은 상당히 세련된 모습입니다.

또 지난달에도 헝다차 주가가 크게 뛴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함께 스마트카 개발업체를 합작 설립한다는 발표가 나온 겁니다. 헝다그룹이 60% 텐센트 계열사인 베이징우통이 40%를 출자하고요. 텐센트는 전기차와 스마트카같은 미래차 기술에서 다양하게 투자를 하고 있는데, 헝다랑도 손을 잡은 걸 보면 헝다차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Q9. 그런데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부동산개발업체가 헝다만이 아니라고요?

중국에선 부동산개발업체가 전기차에 진출하는 게 일종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매년 3월 양회에서 내놓는 공식 업무보고에 2018년부터 계속 "주택은 거주용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는 문구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얘기고요.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방정부도 부동산개발업체에 땅을 빌려주는 걸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충당했는데 그걸 대놓고 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를 한다고 하면 좀 얘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서 A라는 기업에 전기차 공장이나 부품 단지를 조성한다고 하면 지방정부는 땅을 내주기가 쉬워집니다. 지방정부가 A기업에 200만평을 내주면서 150만평은 산업단지에 쓰고 나머지 50만평은 알아서 하라고 하면 A기업은 거기다 아파트를 지어서 돈을 버는 거죠.

이런 구조는 사실 중국이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였고, 자동차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한테 기업들에 보조금을 줘가면서 불공정하게 경쟁하지 말라고 하니까 편법을 동원하는 거죠. 이제는 기존 엔진 자동차보다는 전기차에서 이런 일이 더 쉽게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부동산개발 1위인 비구이위안, 컨트리가든도 2018년에 광둥성에 신에너지차 산업단지를 조성했고요. 또 화샤싱푸라는 기업도 난징에다가 전기차 부품단지를 조성했습니다.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조성되는 전기차 단지에 전기차와 부품업체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으니 중국 전체적으로 전기차 공급사슬이 폭넓게 구축되고 있기도 합니다.

Q10. 헝다차 주식을 사도 될까요?

소액투자는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주식이나 그렇지만 몰빵은 위험하고요. 아직까지 차 한대도 못팔았고 언제 팔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면 포트폴리오에 전기차주를 좀 담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다만 중국에 헝다차 말고도 전기차 사업을 계속 늘려가고 있는 지리자동차나 이익이 보장돼 있다는 평가까지 받는 배터리주 CATL 같은 전기차 대안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돈을 많이 넣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이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쉬자인 회장이 그동안 회사를 키워온 길을 보면 완전히 못 믿을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헝다그룹이 작년에 코로나19로 재무구조가 상당히 어려워지면서 위기설도 나왔는데 결국에는 광둥성과 선전시 정부 지원사격을 받아서 투자자들을 모집했고 위기도 어느정도 벗어났거든요. 이런 면에서 소액투자는 한 번 도전해 볼 만 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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