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 ‘주의적 경고’…라임 펀드 징계 한 단계 감경

입력 2021-04-23 01:26   수정 2021-04-23 11:28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문책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한 단계 낮췄다. 라임펀드 투자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려는 노력을 적극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진 행장은 중징계를 면하면서 추가 연임이 가능해졌고, 차기 신한금융 회장직에 도전할 길도 열리게 됐다.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받은 신한금융지주의 징계 수준도 기관주의로 한 단계 낮아졌다. 향후 당국 인가를 받아야 할 신사업이 막힐 위기에서 ‘구사일생’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구제 노력 '인정'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제재심의원회(제재심)를 열고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 진 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징계안을 의결했다.

제재심은 신한은행에 대해선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업무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하는 했다. 진 행장의 징계는 주의적 경고로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지주에 대한 징계 조치는 기관주의로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앞서 라임펀드와 관련해 진 행장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상 불완전판매 등을 문제 삼아 문책경고를, 신한은행과 신한지주에 대해선 기관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도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신한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체계를 문제삼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체계 마련’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본 것이다.

이날 오전 일찍 시작한 제재심은 밤 늦게서야 끝났다. 내부통제 부실 등의 쟁점을 놓고 신한 측과 제재심의위원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측에 대한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낮아진 결정적 이유는 제재심이 신한은행의 ‘소비자 구제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앞서 신한은행에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40~80% 가량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신한은행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이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금감원 제재규정과 시행세칙에는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상과 사후 수습노력’ 등을 임직원 제재에 대한 감경 사유로 꼽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징계 수위도 경징계로 떨어지면서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아야하거나, 새로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필요한 하는 사업이 막힐 위험에서 벗어났다.
○‘투자자 책임 원칙’은 뒷전
신한금융에 대한 징계 절차를 끝으로 라임펀드 판매사에 대한 금감원 수준에서의 징계는 일단락됐다. 제재심 징계안은 금감원장 결재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등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신한 측은 당초 징계안의 후폭풍에서 한 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피해자 구제 노력’의 정도로 금융사 및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분조위가 배상안을 권고하고, 금융사가 이를 수용하면 제재심이 징계 정도를 낮추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은행 이사회가 꾸준히 제기해 온 과도한 배상에 따른 ‘배임 가능성’ 문제는 간과됐고, 소비자 책임 원칙도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계 과정의 법적 절차가 정당한지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불거졌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30조)에서는 금융위가 금감원장에게 위탁하는 제재 업무를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조치’로 제한하고 ‘문책경고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인 경우만 해당한다’고 한정하고 있다.

임원 징계가 추진되면서 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와 수탁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책임을 모두 판매사에게 지우면서 은행이 적극적으로 사모펀드를 팔 이유가 없어졌다”며 “금융사 경영진의 정상적 경영활동이 위축됐고, 정작 사모펀드 사태를 키운 감독당국의 책임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꼬집었다.

김대훈/이호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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