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아닌가요" 흉악범에 쏠린 관심…"지나치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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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23 10:28   수정 2021-04-23 10:44

"사이코패스 아닌가요" 흉악범에 쏠린 관심…"지나치면 독"


반사회적 인격장애 중 하나인 '사이코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태현 스토킹 살인사건', '정인이 사건' 등 흉악 범죄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사이코패스 검사는 범죄 동기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형사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뤄진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범죄자의 심리 분석은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사이코패스 여부에만 쏠리면 범죄를 일으킨 사회적 원인 분석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형사 정책 수립에 기여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24)은 프로파일러 조사 결과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이코패스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반사회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 등이 부족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동 양상을 보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중 하나다. 한국에선 20명을 연쇄 살해한 유영철이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밝혀진 2000년대 중반부터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경찰은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척도인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 등을 토대로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조사한다. 대인관계, 공감 능력, 반사회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면담을 비롯해 경찰기록과 학교 생활기록부 등을 확보한 뒤 평가를 진행하는데,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 나오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유영철은 이 검사에서 38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범죄 동기를 정확하게 파악해 재발 방지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기관이 각종 범죄자의 정신분석적 자료를 축적하면, 일선에서 작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흉악범죄의 전조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토킹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죄자가 보낸 메시지나 행동 등을 이전 사건과 비교해 위험성 여부를 가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여부는 법원의 양형에는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범죄자의 가석방 심사 등에는 참고 요소로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범죄자 특성보다 사회적 원인에 더 관심 가져야"
흉악 범죄자가 모두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흉악범죄자인 장대호, 박춘풍, 오원춘, 김길태 등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일으킨 범죄는 반사회적인 성향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나타난 결과인 경우가 많았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범죄자의 '악마화'를 부추겨 범죄를 막지 못한 사회적 원인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범죄자의 심리 분석은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 등이 목적인데, 사이코패스 여부에 초점을 맞추면 가해자에게만 관심이 쏠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범죄자의 특성이 어떤지 많은 사람들이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며 "김태현 스토킹 살인사건은 피해자의 스토킹 신고 즉시 가해자와 분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제도 보완에 초점을 두고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종/최다은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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