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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더듬어 읽은 서울…詩가 되다

입력 2021-04-25 17:02   수정 2021-04-26 02:03

‘덕수궁 돌담길 부드럽게 밟고 다니는 건반소리 / 한 여인이, 손가락으로 햇살을 물수제비 뜬다 / 돌은 돌담에 막혀 찰랑거리고 / 돌담길 따라나선 파도는 해안을 들어올린다’(시 ‘정동 거리의 피아노’ 중).

160쪽 남짓한 시집 한 권을 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시인마다 다르겠지만 8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출간된 전장석 시인의 첫 시집 《서울, 딜쿠샤》(상상인)에는 그가 8년간 발로 더듬거리며 찾아낸 서울의 풍경이 담겨 있다.

시집을 펼치면 그가 68편의 시를 쓰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을 누볐던 흔적이 드러난다. ‘만리동 책방 만유인력’ ‘대림동 중앙시장 돌아보기’ ‘아현역 나빌레라’처럼 수록 시는 모두 서울의 지명을 품고 있다. 시인이 직접 거리에서 마주친 풍경과 삶의 모습이 시로 응축되고, 은유돼 피어났다. 전 시인은 “8년 동안 주말마다 서울 시내 곳곳을 꼼꼼히 찾아다니며 그 지역의 유래와 지명에 얽힌 사연을 채취해 시 곳곳에 녹여 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시에는 서울의 정다운 골목길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아 있다. 휘황찬란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아련한 향수와 치열했던 젊은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골목길이다. ‘늙은 쇄출기가 밤새 콜록이던 골목골목에 / 아픈 상처를 더듬듯 / 눈은 / 낡은 입간판을 어루만지고’(‘눈 내리는 충무로 인쇄 골목’ 중), ‘아이스박스에 꽁꽁 묶인 바다는/식당으로 가정으로 배달’ (‘중림동 어시장2’ 중)된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이들 모두가 시인에게는 저마다의 서사를 품은 등장인물로 다가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루 종일 쇠망치를 두드리다 금호동의 고깃집 테이블에 둘러앉아 피로를 녹이는 철공소 인부들, 대림동 중앙시장 좌판 뒤에 쪼그리고 앉은 나이 든 상인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하다. 시집의 해설을 쓴 장이지 시인은 전 시인에 대해 “그는 서울을 본다. 서울을 읽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고 했다.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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