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또 다시 '한방'을 꿈꾸는 사람들

입력 2021-04-25 19:04   수정 2021-04-26 00:49

요즘 금융투자업계에서 화제 중 하나가 ‘성과급’이다. 벤처캐피털(VC) 분야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다. 20억원대 안팎의 성과급을 받는 20~30대 젊은 심사역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대박 소문’은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벤처투자와 사모투자 분야에는 대기업, 금융사부터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전례없이 ‘고(高)스펙’ 청년들이 몰려든다. 투자업계뿐이랴. 스타트업 업계는 인재 블랙홀이 됐다. 제2의 김범석(쿠팡 창업자), 장병규(크래프톤 창업자), 김봉진(배달의민족 창업자)을 꿈꾸는 이들로 넘쳐난다. 한 VC 대표는 “경력직 지원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보면 최근 2~3년 사이에 ‘제조업체에서 따박따박 월급 받아서 언제 인생에 승부를 보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월급으론 승부가 안 되는 세상"
요즘 벤처투자 열기를 보면 이런 심리가 이해될 만도 하다. 벤처투자업계엔 유례없는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많은 4조3000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투자받은 기업 수도 지난해 처음으로 3000곳을 넘겼다.

투자금 회수 시장도 전례없는 호황이다. 이제 어지간한 기술만 있으면 상장사가 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실적이 미미하지만 기술성과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상장 문턱을 낮추는 기술특례상장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우회상장, 소재부품장비기업 특례상장, 적자기업 대상의 ‘테슬라’ 상장도 최근 유난히 늘었다.

하지만 벤처 시장의 선순환을 마냥 흐뭇하게만 바라보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 과거 벤처 버블 때의 ‘한탕주의’식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새로 생겨나는 스타트업 중에는 마치 ‘투자 유치’가 목적인 양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기존 기업 중에도 바이오, 플랫폼, 암호화폐를 사업 목적에 끼워넣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VC들의 투자 방식 역시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계속 악화되는 재무제표를 애써 외면하고 미래 가치에 눈을 돌리는 요즘 심사 행태는 과거 닷컴 열풍 때와 비슷하다. 만성 적자 상태의 중소 상장사들까지 앞다퉈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거기에 자금이 몰려드는 것도 오랜만에 나타는 현상이다.
'버블' 때 나타나는 불안한 징후들
물론 지금의 투자 시장 생태계를 닷컴 열풍 때와 비교하는 것도, 버블로 단정짓는 것도 곤란하다. 하지만 ‘한방’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행태는 그때와 닮아가고 있다. 투자 규모와 포트폴리오에서 나타나는 공격성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피라미드 사기는 20여 년 전 벤처붐 당시 기승을 부리던 금융 피라미드 사기를 재현한 듯하고, 대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뻗친 잡코인 투자 열기 역시 그때의 광풍을 빼다 박았다. 그 결과가 지금이라고 별다를 수는 없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0년대 초반 주식시장의 승자는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신세계 같은 종목들이었다. 닷컴 열풍이 부는 동안 외면받다가 오히려 투자 시장에서 한방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자 빛나기 시작했다. 벤처투자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147개이던 VC 수는 이후 3년간 약 3분의 2로 줄었다. 닷컴 열풍 당시 국내 대표 VC 가운데 지금까지 제대로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사이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몇몇 중소 VC는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사로 성장했다. 닷컴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던 시절 지방 공단을 돌며 땀냄새 나는 우량 기업을 발굴하던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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