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명품 '세계지도 가방' 상표분쟁 승리 이끈 김앤장

입력 2021-04-25 18:37   수정 2021-04-26 02:08

이탈리아 가방 브랜드 프리마클라쎄(1A CLASSE)는 이른바 ‘세계 지도 가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양피지에 그린 듯한 지도 무늬를 앞세워 30여 년 동안 세계에 제품을 팔았다. 그런데 4년 전 한국 시장에 프리마클라쎄와 비슷한 잡화 브랜드가 등장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만든 이 브랜드 역시 발음이 프리마클라쎄(PRIMA CLASSE). 이탈리아어로 ‘일등급’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까지 똑같았다. 빛바랜 바탕에 세계 지도가 그려진 외양과 가방끈 배색 등 전반적인 디자인도 ‘원조’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른 표기, 같은 발음
차이점이 있다면 브랜드 표기법이 다르다는 정도였다. 둘 다 한국어로는 프리마클라쎄로 읽히지만 제품에 새겨진 태그엔 프리마에 해당하는 부분이 각각 ‘1A’와 ‘PRIMA’로 달랐다. 이 브랜드는 한국어로 프리마라고 발음되는 이탈리아어 1A 부분을 영문 PRIMA로 바꿨다.

이 경우 기존 브랜드가 후발 브랜드에 대해 “고지도 디자인과 로고 사용을 멈추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탈리아 원조 브랜드의 독점적 디자인 및 상표 사용권을 완전히 인정하고, 모방 브랜드의 상표 등록을 모두 무효로 하는 취지의 판결을 지난 15일 내렸다. 김앤장의 지식재산권 전문가들이 2년4개월 동안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친 끝에 일궈낸 성과다.

이 사건은 2018년 말 이탈리아 브랜드 프리마클라쎄가 국내 모방업체를 상대로 상표 사용 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 건은 △지도만으로 이뤄진 상표를 특정 브랜드의 상표로 주장할 수 있는지 △외국어로 구성된 상표 호칭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빛바랜 세계 지도 형태’를 이탈리아 프리마클라쎄의 상표로 인정했다. 문제는 문자 상표의 호칭이었다. 이탈리아 브랜드의 1A CLASSE는 우리나라 수요자 대부분이 프리마클라쎄로 발음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1심은 이탈리아 브랜드의 1A CLASSE가 프리마클라쎄로 호칭되지 않아 국내 브랜드의 상표와 비슷하지 않다고 보고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특허심판원 역시 같은 취지로 이탈리아 브랜드의 무효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탈리아 원조 브랜드 측을 대리한 김앤장은 난관에 부딪혔다. 사람들이 1A CLASSE란 상표를 반드시 프리마클라쎄로 읽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1A란 글자가 이탈리아어로 프리마로 발음되는 게 분명하지만, 국내 소비자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를 잘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일에이클라쎄’나 ‘원에이클라쎄’로 인식되는 게 보편적이라면 모방 브랜드에 원래의 이름을 빼앗길 수도 있는 위기였다.

김앤장은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1A CLASSE란 표기가 프리마클라쎄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는 근거를 찾아냈다. 백화점 광고와 SNS의 구매 리뷰 등에서는 이탈리아 원조 브랜드 제품을 가리킬 때 한글로 프리마클라쎄라고 적었다. 한국인이 이탈리아어를 잘 알지 못하지만, 원조 브랜드가 꾸준히 프리마클라쎄라는 한글 표기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홍보해왔다는 사실도 내세웠다.
원조 브랜드 손 들어준 특허법원
상표 무효 사건을 맡은 특허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원조 브랜드인 이탈리아 프리마클라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탈리아어로 1A는 첫 번째를 의미하는 prima의 약어인 점에 비춰보면 일반 수요자가 이를 일에이클라쎄나 원에이클라쎄라고 호칭하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가 원조 브랜드 표기를 두고 영어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알고 있으며, 해당 표기를 원에이 등 영어 발음으로 읽지는 않을 것이란 결론이었다.

이어 모방 브랜드에 대해선 “원조 브랜드의 이미지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이탈리아 브랜드 프리마클라쎄의 승소를 이끈 주역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박민정 변호사, 이승희·옹선영 변리사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박 변호사는 특허법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지식재산권팀에서 맹활약 중이다. 특허, 상표 등의 지재권 및 영업비밀, 부정경쟁 관련 법률 자문 경험이 풍부하다.

이 변리사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년가량 상표 침해, 모조품 관련 업무에서 활약하고 있다. 함께 승소를 이끈 옹 변리사는 미국과 유럽 고객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박 변호사는 이번 상표 소송과 관련, “지도만으로 구성된 상표의 식별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외국어 상표 호칭에 대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상표의 식별력에 대해 획일적이고 경직된 판단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를 고려한 더 유연한 법원의 판단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안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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