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1~2회 뉴스레터에선 실리콘밸리의 개요, 3~4회 뉴스레터에선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벤처캐피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5~6회에선 실리콘밸리에 어떻게 취직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5회에선 이과 출신에 해당하는 엔지니어의 경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뉴스레터가 나간 후 문과 출신 분들도 이메일로 같은 문의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취재해봤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선 개별 직원들의 인터뷰가 허락되지 않아 취재한 대상을 익명으로 대신하는 점 이해바랍니다. 이들이 말하는 공통된 의견을 정리해봤습니다.
한국에서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취직할 때 문과 출신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슬픈 조어입니다. '문과 출신이라 죄송합니다'라는 뜻이어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실리콘밸리는 '세계 IT(정보기술) 수도'입니다. 따라서 개발자나 엔지니어가 기업을 주도하는 문화가 더욱 강합니다. 문과 출신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문과 출신이 없는 건 아닙니다. 구글의 부사장급에도 문과 출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미국인입니다. 문과 출신은 보통 마케팅과 경영, 인사 등의 분야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는데 미국 기업에서 미국 시장을 상대하려면 영어뿐 아니라 미국 문화나 트렌드 등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한국인이 한국 대학을 나오거나 미국 대학원에 유학와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여기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문과 출신으로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테슬라 우버 인스타그램 등에 바로 들어가는 길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계 VC들에선 한국 문과 출신 직원들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본을 끌어와야 하고, 한국의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도 도와야 하는 업무가 많아서 활동 영역이 존재합니다. 임정욱 TBT벤처캐피털의 공동대표도 문과(한국외대 경영학과) 출신이고, 현재 자동차부품회사인 만도의 실리콘밸리 투자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차동준 소장도 문과(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왔습니다. 다만 문과를 졸업하고 공학석사나 경영학석사(MBA)를 받는 게 실리콘밸리 VC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높여준다고 현지 VC들은 얘기합니다. 임 대표와 차 소장 모두 미국에서 MBA를 획득했습니다.
한국의 문과 출신들에게 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취직 조언은 이과 출신들에게 했던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이과 출신들에게 "일단 태평양을 건너는 게 중요하다"고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계 엔지니어들이 말하는 것과 정반대란 얘깁니다. 이들은 문과 출신들에겐 "바로 미국에 오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VC들은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합니다.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서(CVC-기업형벤처캐피털)나 투자 수익을 내기 위해서(VC) 많은 고민과 공부를 병행합니다. 모두 중요한 목적의 투자이기 때문에 VC에선 경력이 있는 직원을 매우 선호합니다. 대학에서 금융이나 마케팅,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바로 채용하진 않는다는 얘깁니다. 실리콘밸리 VC의 B 대표는 "스타트업의 투자 분야는 예컨대 '컨슈머, 자율주행, 바이오,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데, 해당 분야를 전공한 대학(원) 졸업자라고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면서 "문과 출신이라면, 금융을 전공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취직해 일을 하고 경력을 쌓은 뒤에 VC로 이직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미국 영주권이 없다면, 이렇게 경력을 쌓은 뒤 한국계 VC의 한국사무소에 문을 두드려 입사하고, 향후 실리콘밸리로 발령을 받는 수순이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VC 대표들은 전했습니다."단순히 실리콘밸리에서 살고 싶다고 여기로 취직하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여기에서도 한국에 대한 향수병이 영원히 있고, 시민권을 부여받아도 여전히 이방인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큰 꿈이 있고, 실리콘밸리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지원을 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기업문화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여기에선 출퇴근이 자유롭고, 눈치를 상대적으로 보지 않고,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문화이지만, 많은 자유가 부여된 만큼 성과가 부족하면 바로 낙오됩니다.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면, 영어도 유창할 정도로 공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일하는 한국분들이 최근엔 한국기업으로도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것이 자신에게 맞는지 먼저 생각하고 판단해보는 게 좋아요."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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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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