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폐연료봉 재활용 길 찾았다

입력 2021-04-26 17:31   수정 2021-04-27 09:46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를 특수 처리해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에 대해 미국 원전당국이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원전을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적 원자력 연구기관인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와 아르곤국립연구소는 “파이로는 경제적 기술적 가치가 있으며, 핵 비확산성도 충족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다음달 발간할 예정이다. 아이다호연구소 아르곤연구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8년 5월부터 3년에 걸쳐 함께 연구한 결과다.

파이로는 원전을 가동하는 데 쓰고 남은 폐연료봉을 다시 쓸 수 있는 연료봉으로 탈바꿈시키는 첨단 기술이다. 500~650도에 이르는 고온 용융염(소금과 함께 녹아 있는 물질)에 폐연료봉을 쪼개 넣은 뒤, 전기화학적 방식으로 유해한 방사성 폐기물을 없앤다. 파이로 처리를 거친 폐연료봉은 소듐냉각고속로(SFR) 납냉각로(LFR) 등 차세대 원자로의 땔감으로 재투입할 수 있다.

파이로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플루토늄 분리가 원천 불가능한 건식 처리 방식이어서 국제사회의 핵확산 방지 기류도 충족한다.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습식 처리 방식은 국제사회에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공간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한울 1호기는 97.5%, 월성 4호기는 96.5%, 고리 3호기는 97.2%에 달한다. 파이로를 도입하지 않으면 이들 원전은 수명을 다하기도 전에 강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원자력업계는 1997년부터 이 같은 포화상태를 예견하고 파이로를 개발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파이로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그러나 3년여에 걸친 한·미 공동 연구로 파이로 기술의 타당성이 입증되면서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울산=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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