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3)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22승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캐디로 나선 남편 남기협 씨와 ‘찰떡궁합’을 선보이면서다. 그는 29일 싱가포르 센토사G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우승상금 24만달러)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아채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7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오른 박희영(34)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다. 박인비는 “남편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거리를 보는 부분 등은 조금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박인비는 대회 전 최고 33도에 달하는 싱가포르의 더위를 언급하면서 캐디로 나선 남편 걱정부터 했다. 종종 캐디로 호흡을 맞춰 온 남씨가 이번 대회에 캐디백을 멨기 때문이다. 박인비의 스윙 코치로 인연을 맺어 결혼까지 골인한 남씨는 지난해 스코틀랜드 대회 때 캐디로 나서 아내의 4위 성적을 견인하는 등 캐디로서도 검증을 마쳤다. 다만 박인비는 “나는 (더위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남편이 걱정된다”며 “2라운드 이후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남편이 기절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박인비의 우려와 달리 남씨는 필드에서도 든든한 동반자였다. 박인비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를 보좌했다. 박인비는 남편의 지원 속에 신들린 퍼팅 감각을 선보였고 18홀 내내 퍼팅 수를 26개로 막았다. 전반에 4타, 후반에 4타씩 줄이는 등 오점이 없는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100%(14/14)에 달했고 그린적중률도 88%(16/18)를 기록했다.
‘천재 골퍼’ 김효주(26)는 버디 6개를 쓸어 담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으며 5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전 세계랭킹 1위 유소연(31)도 5언더파를 쳐 모처럼 힘찬 출발을 알렸다.
투어 통산 4승 중 3승을 동남아시아 대회에서 거둔 양희영(32)은 4언더파 공동 8위에 올라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핫식스’ 이정은(25)도 양희영과 함께 4언더파를 적어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은 1언더파 공동 28위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박성현(28)은 6오버파에 그쳐 최하위에 머물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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