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학생들의 통학 수단 또는 산악 스포츠용 도구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로드(도로용) 자전거가 일반인 사이에 급격히 보급되면서 달라졌다. 이제 전국 자전거 도로엔 시원하게 질주하는 로드 자전거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소수만 즐기는 값비싼 고급 자전거’라는 인식 때문에 로드 자전거를 시작하고 싶어도 어디에 가서 어떻게 사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이 많다. 자이언트코리아 GS 서포터로 활동 중인 직장인 김준호 씨(30)는 “우선 유명 자전거 투어 대회에서 유명 선수나 우승권 팀이 타는 자전거 브랜드부터 알아보라”며 “꾸준히 제품과 소재를 혁신해 온 검증된 브랜드들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자이언트는 세계 자전거 시장 점유율, 매출, 생산대수 모두 1위인 자전거 브랜드다.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인 ‘카본 파이버’(카본) 소재를 사용한 자전거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카본 자전거 가격을 크게 낮추는 데 기여했다. 트렉은 투르 드 프랑스 7연패의 주인공인 랜스 암스트롱의 자전거를 후원했던 회사로 유명하다. 두 회사와 함께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 ‘빅3’로 꼽히는 스페셜라이즈드는 연구개발(R&D)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브랜드를 골랐더라도 얼마짜리 자전거를 사야 할지 또 고민이 된다. 자이언트의 경우 최저 61만원(SCR2)부터 경차 한 대 값인 1240만원(프로펠 어드밴스SL0)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서울 신길동에서 자이언트 전문매장 타라바이크를 운영하는 양동각 대표는 “보통 60만~100만원대가 초보 라이더들에게 가장 인기 있고, 처음부터 300만~600만원대 중급 로드 자전거를 선택하는 이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7년차 라이더인 직장인 유형석 씨(38)도 그런 경우다. 유씨는 2015년 스페셜라이즈드 중 기본형 로드 자전거로 알려진 ‘타막 스포츠’를 240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앞뒤 바퀴 뼈대인 ‘휠셋’을 최고급 브랜드인 ‘콜’의 카본 제품으로 바꾸는 데 120만원을 쓰며 본격적으로 부품 ‘업글’(업그레이드)을 시작했다.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구동계와 안장, 핸들바, 타이어까지 모두 최고급 부품으로 바꿨다.
여기에 자전거의 중심인 프레임까지 독일 브랜드 ‘포커스’의 200만원짜리 초경량 카본 프레임으로 교체했다. 구매 당시 9.5㎏이던 자전거 무게는 6.5㎏까지 줄어들었다. 3㎏을 줄이는 데 유씨가 들인 비용은 500만원이 넘었다. 최근엔 디스크 브레이크 전용 프레임인 ‘에스웍스 타막’으로 바꾸는 데 추가로 470만원을 들였다. 유씨가 자전거 업글에 쓴 총 비용은 대략 1100만원. 경차 한 대 값이다.
양 대표는 “자이언트 TCR어드밴스1(289만원)를 기준으로 1㎏가량 줄이기 위해 자이언트 최고가 카본 소재 휠과 안장으로 업글할 경우 375만원이 들어간다”며 “카본 부품은 비싸지만 경량화뿐 아니라 금속 재료들이 갖고 있지 않은 탄성이 높아 한층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올해 5년차 라이더인 직장인 강서림 씨(40)도 5년 동안 업글에 230만원을 쓰는 등 총 700만원 정도를 자전거에 지출했다. 강씨는 “업글은 마치 기성품 옷을 산 뒤 수선집에 가서 내 몸에 맞게 계속 수선하듯 내 체격과 주행 성향에 자전거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은정진/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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