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기증품 중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폴 고갱이 1875년 그린 ‘무제’가 눈에 띈다. 이 작품은 고갱이 전업 화가로 활동하기 전 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울 때 그렸다. 현실과 상상을 접목한 종합주의 화풍을 창안하기 전 초기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은 몽환적인 분위기와 밝고 강렬한 색채 등 샤갈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근대 최고의 풍경화가 중 한 명인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시장’은 말 그대로 프랑스 북부 마을의 시장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과 구경하는 사람들을 빼곡히 묘사해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은 자연광의 색감을 특유의 화풍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 밖에 아직 모습이 공개되지 않은 피카소의 도예 작품 112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증품에는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민 화가’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이 중 일부는 지방에 있는 작가 미술관으로 향했다. 강원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에는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 등 총 18점이 왔다. 이곳은 홍라희 여사가 건립 과정을 돕는 등 삼성가와 인연이 깊은 미술관이다.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은 ‘아기 업은 소녀’와 ‘한일’(閑日·한가한 날) 등 박수근의 대표작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두 작품 모두 수요가 높아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작품이다.
제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의 작품 12점이 기증됐다. 6·25전쟁으로 제주에 피란 왔을 당시인 1951년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살며 그렸던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유화 6점, ‘게(蟹)’와 가족, 물고기, 아이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은지화 2점, 수채화 1점 등이다.
이중섭 화가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 가장 사랑했던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걸작들이다.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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