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쏟아져 나오는 책 가운데 극히 일부만 살아남고, 전 인류가 대를 물려가며 읽는 고전에 등극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BBC 방송 ‘지난 1000년간 최고의 작가’ 설문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오만과 편견》도 기적의 대열에 올랐다. 1813년 발간된 《오만과 편견》은 지금까지 10번 이상 영화로 제작됐고, 이 작품을 재해석한 소설과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더 사랑받게 된 《오만과 편견》의 인기 비결은 뭘까. 아마도 결혼을 목적으로 만난 젊은 남녀의 탐색전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만남과 이별이 자연스러운 요즘과 달리 200년 전 영국은 단 한 번의 잘못된 만남이 결혼을 망칠 수 있는 엄혹한 사회였다. 그런 만큼 청춘남녀가 결혼을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철저히 계산했다. ‘헬리콥터맘’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그 시대 어머니들의 ‘자녀 결혼시키기 작전’은 가히 ‘사랑과 전쟁’이라 부를 만했다.
제인 오스틴은 1775년 8남매 가운데 일곱째로 태어나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42세에 세상을 떠났다. 두 번의 만남이 끝내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는데, 소설 속 어떤 인물에 제인 오스틴의 생각이 투영됐을지 생각하며 읽어보라.
시작부터 청춘들의 러브 스토리가 갈등 속에서 팽팽하게 이어진다. 재산도 지위도 변변찮은 베넷 씨의 다섯 딸 가운데 첫째 제인은 눈부신 미모에다 모든 걸 선의로 해석하는 예쁜 마음씨까지 가졌다. 둘째 엘리자베스는 아름다운 외모와 이지적이면서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다. 두 자매는 돈 많고 잘 생기고 지위가 높은 빙리와 다아시를 만나게 되고, 오만과 편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경전을 벌이며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한 러브 레이스를 이어간다.
엘리자베스가 거절한 콜린스를 만난 친구 샬럿은 사랑보다 실속을 택한다. 엘리자베스에게 반했던 군인 위컴과 결혼하는 막냇동생 리디아는 대책없이 충동적이다. 다양한 사랑과 이별의 시소게임 속에서 엄마와 친척, 여동생들의 협조 또는 방해공작이 계속되며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오만과 편견》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살면서 계속 이 작품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서 인용되고 가벼운 모임에서조차 화제가 되는, 교양인이라면 누구나 읽는 소설이니 지나치기 힘들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형상과 전형’에 입각해 철저하게 창조했기 때문에 독서를 끝내면 판단력이 한층 확장될 것이다. 《오만과 편견》 독파가 어려운 심리소설 몇 권 읽는 것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합리적인 생각을 도출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제인과 빙리,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달콤 살벌한 사랑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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