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 준수 하에 촬영"…코로나 무찌르는 만능 자막? [연계소문]

입력 2021-05-01 05:15   수정 2021-05-01 13:43



최근 배우부터 아이돌 멤버까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며 연예계가 다시금 확산 방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방송 및 제작 중단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코로나19 공포의 학습효과로 각 프로그램이 별도의 기준을 두고 제작에 임해 왔지만, 제작 환경 도처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불감증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자막이 만능 방패? 낮아진 경각심
"해당 영상은 방역수칙 준수 하에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코로나19도 무찌를 수 있다는 듯 방송가에서 '백신'처럼 쓰여온 말이다.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위의 자막을 덧붙이고는 코로나 청정 구역이라도 된 듯 출연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토크를 하거나 게임을 즐기도록 했다. 방송을 위한 촬영이 '공적 모임'에 해당하는 만큼, 출연진을 비롯해 이들의 스태프들까지 모이는 인원은 대부분 5인을 거뜬히 넘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연예계를 강타했을 때, 관계자들은 스케줄을 포함해 모든 동선을 최소화하며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업계 특성상 연예인은 물론 스태프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연쇄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었다. 이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다인원이 다양한 장소를 오가는 제작 환경이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는 방송에서 '방역 수칙 준수 하에 촬영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그러나 해당 자막이 낮아진 경각심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패막이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능, 드라마 할 것 없이 출연진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듯 노마스크로 이곳저곳을 누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가수 비는 최근 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 콘텐츠 영상을 위해 모교인 경기 안양예술고를 찾았다가 학생들이 우르르 몰리는 상황이 벌어져 거센 비판이 일었다.
◆ 자체적으로 인원 최소화하며 고군분투
반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악방송이다. 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땀 흘리며 노래하고 춤을 추는 음악방송의 경우, 코로나19 초기 단계부터 사전녹화를 적극 활용하고, 촬영 인원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최근 디크런치 멤버 현욱·O.V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음에도 같은 음악방송에 출연했던 타 가수들의 추가 확진은 나오지 않았다.

MBC M '쇼! 챔피언' 측 관계자는 "스태프 중에서도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면서 "기존처럼 사전 녹화 팀과 생방송 팀을 나누어 운영 중이다. 예전에는 1위 발표까지 다 같이 기다렸다가 엔딩 무대에 출연진 전원이 함께 올라 축하해 줬지만 이제는 타임 테이블에 맞춰 본인들의 무대를 하고 바로 가는 형식이다. 출연자 동선을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각 기획사들 역시 잘 협조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Mnet '엠카운트다운' 관계자 역시 "전 출연진 및 스태프들이 입구에서 발열 체크 및 문진표 작성을 한 후에 건물에 들어올 수 있다"며 "예전에는 무대 모니터링을 위해 관계자들이 스튜디오에 들어갔지만 이제는 정말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촬영하기 때문에 들어가기 어렵다. 출연진들도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전원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무대를 하는 순간만 마스크를 벗는다"고 밝혔다.


KBS2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배우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한다. 국내 드라마는 일찍이 마스크를 끼고 촬영을 해오던 일본의 일부 드라마들과 수차례 비교됐던 바 있다. '마스크 키스신'까지 등장시킨 해외 사례와 달리, 한국에서는 10여 명에 이르는 배우들이 술을 마시며 회식을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타는가 하면, JTBC 드라마 '여신강림' 측은 종방을 앞두고 약 100명의 인원이 우르르 모여 노마스크 단체샷을 찍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다수가 모이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고, 일부 야외 촬영에서도 각 캐릭터들이 마스크를 낀 채로 등장해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현실 반영을 했다는 점이 불편함을 없앴다'는 평을 얻었다.
◆ "보여주기식 NO, 방역 최우선 해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제작 현장에서의 어려움도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계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하거나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내내 마스크를 쓴 채로 촬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해했다.

방역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요구도 크지만, 먼저 기존의 공식을 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한 제작 환경 변화에 대한 전방위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이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대응은 출연자들을 불안하게 만들뿐더러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기반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타격을 줄이고, 제작 '셧다운'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기준 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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