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최저가 보상 이마트의 ‘쿠팡 잡기’ 고육책 [박한신의 커머스톡]

입력 2021-05-01 17:13   수정 2021-05-01 17:45


이마트가 유통업계에 10년 만의 가격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들고 나온 겁니다. 가공·생활용품 상품 500개를 정해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보다 이마트가 비싸면 최저가와의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겠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2010~2011년 마트 3사 간의 치열한 최저가 경쟁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0원 전쟁’이라고 불리던 당시의 최저가 경쟁으로 삼겹살 100g 가격이 500원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현재 소매가가 100g당 2300원 정도니까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400원대는 말이 되지 않는 가격입니다.

이마트가 이 제도를 내놓자 롯데마트도 참전했습니다. 이마트에서 정한 500개 상품을 대상으로 똑같이 최저가를 보장하고, 매장에서 ‘롯데마트 GO’ 앱 스캔 결제 시 엘포인트를 5배 적립해주겠다며 한술 더 떴습니다. 대상 상품 500개 중 대표적인 건 신라면 코카콜라 삼다수 새우깡 햇반 등 입니다. 몇개 들이 상품인지, 몇 ℓ짜리 상품인지도 정해져 있지만, 품목별 최고 인기 브랜드가 들어가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선뜻 ‘싸다, 좋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이마트 정책이 ‘꼼수’라는 건 전혀 아닙니다. 혜택이 피부로 와닿지 않을 뿐입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고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혜택이 와닿지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였는데, 그런 이유들이 발생한 이유는 한 가지였습니다. 그건 이마트의 이 정책이 ‘회심의 필살기’라기보다는, 백약이 무효인 e커머스와의 힘겨운 경쟁 속에서 나온 고육책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저가 마트’가 매력적이지 않은 건 현재의 소비시장에서 e커머스와 비교해 본질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귀결됩니다.

이마트 최저가 보상 적립제가 와닿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우선 최저가 보상의 방식입니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쇼핑 포인트입니다. 하루 최대 적립 한도는 3000포인트, 사용기한은 적립 후 30일이지만 차치하겠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자사 가격이 비싸서 보상을 해주겠다고 나섰는데, 다시 자사 매장에서만 써야한다는 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마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애초에 이 정책이 소비자들을 이마트 매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마트는 소비자들이 e커머스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발길을 돌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고, 최저가 보상제도 또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보상으로 받은 포인트를 다시 이마트에서 소비해야하는 걸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정책이 ‘보상’ 제도가 아니라 소비자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입니다.


두 번째는 대상 품목이 전부 가공·생활용품이라는 점입니다. 이마트는 신선식품에 비해 가공·생활용품이 균질화돼 있어 가격 비교가 쉽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웁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공급자적 생각’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무거운 햇반이나 콜라, 샴푸, 휴지를 사러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습니다. 비싸봤자 몇백원 차이일 겁니다. 오프라인 마트에 가는 대신 편리하게 문 앞에 갖다주는 e커머스를 이용합니다.

오히려 오프라인 마트의 강점은 신선식품일지 모릅니다. 어느 정도 질의 상품이 배달될지, 오면서 신선도가 떨어질지 모를 e커머스 업체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트의 신선식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이마트도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업계에선 제품의 질과 가격이 천차만별인 신선식품보다는 균일한 가공·생활용품이 최저가 마케팅에 적합하다는 점을 이마트가 고려했을 거라 보는 분위기 입니다. 이마트 또한 최저가 보상 적립제가 “가격 경쟁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싸게 판다는 신뢰를 구축해 소비자를 매장으로 유치하기 위한 정책이란 겁니다.

이마트가 최저가 보상 적립제를 통해 소비자 혜택과 자사의 이익을 접목시키려 한 것은 평가 받을 만한 일입니다. 같은 상품을 싸게 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요. 예전처럼 협력사에 갑질하고 납품가를 낮추라고 압력을 넣을 수도 없는 시대입니다. 가격을 내리면 고스란히 이마트가 부담해야 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이런 고육책을 통해서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마트와 경쟁 관계에 있는 한 대형마트 관계자의 푸념이 현재 업계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마트가 오죽 힘들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이마트와 경쟁관계지만 최저가 보상제에 대해 얄미운 것보단 고마운 게 더 큽니다. 온라인만 싼 게 아니라 마트도 싸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마트 쪽으로 눈길을 조금이라도 돌리게 만들면 성공 아닐까요.”

10년 전 마트 3사의 최저가 전쟁은 지금과는 ‘파괴력’이 달랐습니다. 온라인 채널이 없었고 마트 3사가 소비시장을 좌우하던 유통 생태계의 최고봉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마트 최저가 정책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실감케 합니다. 다시 마트가 진화해 본 궤도에 오르길 바라봅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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