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내로남불’에 대한 역치가 너무 높아진 탓일까. 대통령이 퇴임 참모 4명과 만찬을 해 ‘5인 이상 모임 금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겼다는 논란은 조용히 묻히는 분위기다. 하긴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우리 국민이 처음으로 사망한 날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고, 이제는 자신을 비방한 국민을 대리인을 통해 모욕죄로 고소까지 하는 마당이다. ‘참모들과 밥 한 끼 먹는 게 무슨 대수인가’ 싶기도 하다.그렇지만 대통령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민은 천부(天賦)의 권리인 ‘자유’마저 일부 포기한 채 1년이 넘도록 정부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 수칙을 지키기 위해 부모 생일·제사도 못 챙기는 가족들이 부지기수다.
빈부격차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여러모로 ‘넘을 수 없는 간극’이 돼 가고 있는 흐름도 간단하지 않다. 일찌감치 예견됐던 부모 소득에 따른 ‘학교 성적 양극화’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금 초·중·고교를 다니는 ‘코로나 세대’의 상당수는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 때 그랬듯 낮은 학력 수준이 야기하는 저임금으로 평생 허덕이며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현실이 이런데, “국정에 대한 의견 청취나 당부 등 대통령 고유 업무 수행을 위한 모임은 사적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반장)는 말장난 같은 해석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애당초 국민들이 정부에 바랐던 건 방역·확장 재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몇 번이고 이해를 구하고 사과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리더십이었다. 특유의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 고위 인사들에게 이른바 ‘K방역’의 성공을 위해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한 데 대한 미안함이 있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지금은 아직 어스름해 K방역의 실체가 우리를 지켜주는 ‘개’인지, 해치려는 ‘늑대’인지 온전히 알기 어렵다. 확실한 건 그 정체를 감 잡은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철옹성 같던 대통령 지지율의 ‘30%벽’이 끝내 무너진 게 증거다. 핵심 요인은 방역에 대한 불만(부정평가율 17%)이었다.
조용히 인내하는 남은 사람들은 그 ‘맨 얼굴’이 온전히 드러났을 때 손뼉을 치며 환호할 수도, 몽둥이를 들 수도 있다. 그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모두가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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