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경영권 흔드는 '삼성생명法' 국민이 납득하겠나

입력 2021-05-02 17:28   수정 2021-05-03 00:07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주식을 유족들이 합의해 배분함으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가족 간 분쟁을 종종 봐온 터라 균형과 효율을 모두 충족시킨 깔끔한 지분 정리는 적잖은 안도감을 줬다. 세계 최대 상속세 납부, 국보급 미술품 기부, 대규모 의료 사회공헌에 이은 화합 행보에 ‘역시 삼성’이라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유족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고루 나누면서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0.06%였던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0.44%로 높아졌고, 이는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영권 안정을 꾀하는 ‘묘수’가 됐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들도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도루묵이 되고 만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채권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주식 평가 기준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게 골자다. 특정 주식에 집중 투자해 부실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며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간섭 여지를 확대하려는 저의를 의심받는 이유다.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 합계는 10.0%에서 2.99%로 급락한다. 강제 매각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이 31조원을 넘고, 이로 인한 법인세 부담만 6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일방적 기준을 정해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 입법 소지가 다분하다. 페이스북 테슬라 같은 미래성장주에 초기 투자한 뒤 주가가 급등했다고 매각을 강제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당 발의 의원들은 보험회사만 원가로 가치를 매기는 게 특혜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단견이다. 단기 매매가 잦은 증권·은행과 달리 보험은 우량 자산에 대해 장기 투자를 통해 보험료와 보험금 수급을 매치시키는 게 경영의 핵심이다.

반기업 정서가 만만찮다지만 이제 국민은 한국 대표 기업들의 중요성을 잘 알고,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삼성전자 주주가 1분기에만 200만 명 넘게 늘었고, 삼성생명법 관련 기사에 비난 댓글이 도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생명법은 20대 국회 때 무산됐지만, 거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입법이 어렵지 않다. 삼성을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어 경영 위기를 초래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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