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의 디지털 세상] 미국은 암호화폐산업 키우는데…

입력 2021-05-02 17:32   수정 2021-05-03 00:06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해 개당 1만달러를 넘느냐 못 넘느냐의 관심 속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연계된 암호화폐가 출시되면서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의 암호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열풍이 불었다. 올 들어 다시 한 번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으며 이제는 개당 10만달러를 넘을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17년 당시 과열돼가는 코인 시장을 보면서 정부는 암호화폐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고, 이후 코인 열풍은 거품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불고 있는 코인 열풍은 2017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먼저 2017년 당시 암호화폐 가격 상승은 투기적인 성격이 강했는데, 전체 비트코인 거래의 50%가 한국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젊은 세대의 투기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국 거래량이 세계 거래량의 3%가량에 그칠 정도로 글로벌한 분위기다. 최근의 암호화폐 가격 급등은 코로나 사태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 탓에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을 걱정한 사람들이 대체자산 투자에 몰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탈중앙금융(DeFi·decentralized finance) 서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이 블록체인에서 활발히 이용된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DeFi는 금융 서비스를 중앙 주체인 은행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한 프로토콜이다. 여기서 프로토콜이라고 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서비스에는 규칙만 존재하고 이를 실행하는 중앙 권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니스와프란 서비스는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지난달 25일 기준 유니스와프에 이더리움과 스테이블 코인인 USDC를 예치해두면 연간 이자로 39.78%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요즘 예금 이자율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DeFi는 블록체인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서비스돼 그만큼 운용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유니스와프 같은 탈중앙 서비스 발전으로 예전과 달리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수익을 볼 방법이 생기면서 블록체인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DeFi 분석 서비스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블록체인 전체 DeFi 시장에 예치된 자산은 52조9000억원에 이른다. DeFi나 디지털 자산 등의 서비스는 암호화폐 거래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경제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감독청(OCC)은 올초 시중은행들이 가격변동률을 없앤 암호화폐인 스테이블 코인을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암호화폐를 규제하려는 국내 정책과는 대조를 이룬다.

미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과장되게 해석해보면 달러 영향력을 블록체인을 이용한 미래의 디지털 경제 시대로 확장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이미 블록체인상에 법정화폐 기반의 달러 스테이블 코인인 USDT와 USDC가 60조원 규모로 발행돼 있고, 다양한 서비스에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스테이블 코인으로 지급결제를 할 수 있다면 전 세계 누구나 쉽게 달러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보유하고 결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디지털 통화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또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이처럼 암호화폐 같은 신산업을 정비된 제도를 갖춰 수용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적 이득을 키워가는 나라도 있고, 이를 부정하며 금기시하는 나라도 있다. “암호화폐는 공공에 이익을 줄 수도, 막대한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두 가지 경우의 차이는 오로지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 어느 외국인 강연자의 이야기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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