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장된 암호화폐

입력 2021-05-04 13:58   수정 2021-05-04 14:00

20여년 전만 해도 화폐 이외의 지불이나 교환 수단이 여의치 않았다. 개인들 간에는 은행이 보증하는 수표가 사용되거나 회사 간에는 어음이 통용되는 정도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개인의 신용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미국과 달리 개인수표의 통용은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의 IT화가 혁신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의 화폐가 등장하였다. 국가가 중앙은행을 통해서 지급을 보증하는 화폐의 개념이 아닌, 실물도 없고, 보증도 없는, 완전히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거래되는 각종 코인과 대체 화폐들이 넘쳐나고 있다.

7~8년전 중국의 핀테크를 처음 접했을 때 상당한 충격이 있었다. 걸인은 QR코드로 기부를 받고 있었고, 시장의 아주머니는 핸드폰에 카드리더기를 연결해서 결제를 하였다. 새로운 우버택시는 기사가 돈을 받지도 않는다. 결제는 안전한 도착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의 은행 지점에서는 돈다발을 자루에 담아 와서 창고에서 거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한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이상하게도 중국 사람들은 별 불평이 없다. 고액권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의 페쇄된 계획경제에서도 보편화된 핀테크 때문에 코인같은 새로운 대체 화폐는 마음대로 통제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코인은 컴퓨터의 조작으로 채굴되는 방식으로 규모의 한계를 가지는 속성이 있어서 주로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체 코인과 유사 코인이 계속 등장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가 법적으로 규제를 할 경우, 어느 한순간에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는 초고위험 투자 대상이다. 또한 거래소의 해킹 사고는 투자금과 개인정보를 모두 털리는 대형 사고가 된다. 해커들에게 들어가는 자금과 개인 정보가 좋은 곳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아울러 거시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 양적 완화정책을 펼치는 등에는 사용할 수도 없다.

암호화폐는 잘 몰라도, 여러가지 거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포인트는 누구나 익숙하다. 이 또한 실물이 없는 대체수단일 뿐이다. 스마트폰 속에는 모든 금융기관에 퍼져 있는 개인들의 각종 금융자산이 들어 있다. 특정한 앱에는 모든 거래처에서 발급하는 포인트들이 들어 있다. 자유롭지는 않지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포인트 사용의 좋은 예가 스타벅스다. 개인들끼리 포인트를 주고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거래하기도 한다. 포인트는 거의 돈에 해당하는데, 자신의 포인트 자산을 모두다 알고 있기는 쉽지않다. 금융기관에는 오래된 통장에 잠겨있는 돈 주인 찾아 주기 캠페인이 있다. 여러 통장에 수백원부터 수천원까지의 잔액을 모으면 생각보다 큰 금액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각종 카드사에서 받아 놓은 포인트도 한곳으로 모으면 돈이 되기도 한다. 출장다니며 여행다니며 모은 항공사의 마일리지도 한쪽의 항공사로 모을 수 있다면 공짜 비행기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업체들이 발행한 포인트는 언젠가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채무로 기업의 회계에 부채로 인식된다. 개인들이 포인트를 사용하든 버리든 아니면 거래를 하든 발행 총량을 넘지는 않기 때문에 모든 포인트가 상호 교환되는 포인트 환전소가 생길 수도 있겠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포인트를 잃어 버려서 낙전효과가 커지길 바라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인트를 하나로 통일해서 원하는 소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종류의 일은 시스템만 잘 만들어 놓으면 전세계적으로 포인트 환전소 또는 거래소의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고객의 보호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사의 포인트가 환전되도록 등록하게 될 것이다.

‘꼰대’들은 잘 모르는 엄청나게 커진 가상의 공간이 있는데 바로 게임의 세계이다. 전세계의 젊은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몰입한다. 엔도르핀이 극도로 충만한 상태에서 소비하는 금액은 지구촌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어른들이 현실세계에서 부동산과 명품에서 허우적대는 동안에 게임내부에서도 일종의 명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게임머니로 구매한 명품을 현실에서 진짜 명품으로 바꾸어 준다는 이벤트가 있다면 어른 명품족들을 게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최고의 마케팅이 될 것이다.

대체화폐가 일상이 된다면 해외 여행할 때 환전이 필요치 않다. 공용화된 대체화폐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어차피 전자화폐이므로 해당 나라에 가면 자동으로 그 나라에서 통용이 되는 모드로 되어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정부의 화폐는 지정된 조폐국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지만 대체화폐의 발행은 기업이나 개인일 수 있으므로 공공 화폐로 쓰이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작업은 필요하겠지만 블록체인과 마이데이터 등의 추세로 보아 대체화폐의 확산은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역사회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도 발행되고 있다. 소비를 활성화하고자 발행 후 할인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상점에 따라서 통용되는 지역화폐가 다르다. 영업적인 센스가 있는 상인들은 가리지않고 받아준다. 어차피 다 액면의 가치는 보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앞의 식당에서 밥값을 내고 잔돈은 원하는 게임 머니로 주겠다고 하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통신사의 포인트는 받은 만큼 쓰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쓰고 남은 포인트를 쉽게 소진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면 소비자들은 열광하기 마련이다. 이런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전환해준다면 지역 경제 발전에 거름이 되면서도 별도의 예산이 들지도 않는다. 아니면 남은 포인트를 연말에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게 한다면 이 또한 서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잠자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포인트는 세계적으로 퍼져 있을 수도 있다. 넘어야 할 장벽들이 있겠지만 국가적 포인트 모으기 운동이라도 해본다면 의외로 큰 경제적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 김동철 베스핀글로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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