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비행기로 '긴급 공수'…세계가 극찬한 한국 회사

입력 2021-05-05 14:18   수정 2021-05-05 19:11


‘현대차·기아에서 벤츠 BMW 도요타 혼다 GM에 테슬라까지…’

국내 대표 금형업체 삼우코리아의 기술이 안 들어간 세계 자동차는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모든 제품과 부품을 대량 생산하기위해선 고도로 정밀하게 설계된 금속‘거푸집’이 필요한 데 이를 금형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32년간 금형산업 한우물만 파 국내 선두권에 올랐고, 이제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 현대차·기아 관련 매출에 의존하는 다른 국내 금형업체와 달리 이 회사는 매출의 80%가 글로벌 자동차·가전업체에서 나온다. 조윤장 삼우코리아 사장은 1989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국내 대기업과 거래하며 성장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 회사의 금형은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멕시코 등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수출된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달한다.
車 헤드라이트와 공조시스템 금형 ‘세계 톱’
이 회사는 범퍼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 부품의 금형을 만든다. 특히 헤드라이트를 비롯한 각종 램프와 열 관리(공조)시스템, 차량의 동력 전달 장치인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공조시스템 금형 분야에선 세계 '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는 2019년 ‘모델3’를 개발할 당시 삼우코리아의 품질과 빠른 납기 능력을 뒤늦게 알고 자동차 헤드라이트용 금형 개발을 급하게 맡겼다. 테슬라는 삼우코리아가 개발을 끝내자마자 화물기를 여러차례 띄워 금형을 가져왔다. 하나의 무게가 12톤에 달하는 집채 만한 초대형 금형을 선박이 아닌 비행기로 긴급 수송한 것은 당시 처음있는 일이었다. 삼우코리아의 금형을 적기에 확보하기위해선 수억원의 항공료도 아깝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공조시스템 금형은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단위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고난도의 정밀성이 필요하다. 조윤장 삼우코리아 사장은 “다양한 디자인 수요에 맞춰 빛의 산란 각도가 정밀하게 가공돼야하는 램프와 공기역학적 설계가 핵심인 공조시스템은 금형 부품수가 많아 만들기 가장 까다로운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분야에선 국내 1위를 넘어 독일 일본 미국 등의 어느 금형업체도 따라올 수 없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세계 2위 차량용 공조시스템 회사인 한온시스템의 글로벌 생산기지에 금형을 공급하는 최대 협력사이며, 독일과 일본 글로벌 부품사와도 차세대 공조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남다른 기술력에서 나온다. 고온의 플라스틱이 사출 후 식을 때 발생하는 휨 현상을 막는 ‘역설계’기술과 금형의 냉각효율을 극대화시킨 ‘확산접합’기술은 이 회사만의 자랑이다. 기술자에겐 별도의 ‘마스터’란 인사제도를 도입해 임원 진급과 급여 인센티브로 파격적인 우대를 해주고 있다. 덕분에 이 회사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는 반도체나 광학 등 첨단 제조업체들이 받는 기술평가 'AAA등급'을 금형업체로는 유일하게 받았다. 현대자동차로부터 협력사 최고 등급(S등급) 인증을 10년이상 받은 유일한 금형회사이기도 하다. 금형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100'으로도 선정됐다.

독일 車부품사도 “세계 최고 금형 공장” 찬사
각종 부품을 찍어내는 틀을 만드는 금형산업은 발주자의 요구대로 맞춤형으로 설계·제작해야하는 수주산업이다. 컴퓨터 설계(CAD), 가공, 조립, 품질 검증 등 공정을 거쳐 제작에 50~80일이 걸리는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금형의 규모는 작은 액자 크기부터 집채만한 크기까지 다양하다. 한 개 금형엔 각기 다른 1000개의 부품이 들어가며 복잡한 금형의 경우 한 개 가격이 5억원에 달한다.

한 번에 수십 개의 금형을 제작하고 수만 개의 부품을 관리해야하는 이 회사는 거의 모든 부품의 이력이 전산화돼 추적 관리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들과 오랜기간 거래하게 된 비결도 수 만개의 복잡한 부품들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오래전부터 고객사(자동차부품)의 요구 이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해 이제는 자체 연구 데이터가 상당히 축적됐다"며 "고객사에게 최적의 금형기술을 ‘역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윤장 사장이 2014년 480억원을 투자해 지은 충남 당진 공장은 여느 금형업체 공장과 달리 ‘첨단 연구소’같은 분위기였다. 공장 생산라인엔 로봇과 근무자가 각각 공정의 절반씩을 담당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금속 반제품은 공정에 따라 자동으로 옮겨져 가공됐다. 난해한 형상의 금속 절삭은 3개 축(XYZ)을 넘어 5가지 축으로 가공하는 로봇에 맡겨진다. 이 회사가 주52시간근무제를 지키면서도 24시간 생산체제를 가능케한 것은 이같은 자동화 덕분이다. 조 사장은 “2024년엔 가공 작업의 전면 무인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근로자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기위해 공기 순환을 돕도록 앞뒤 좌우 사방으로 환기가 되도록 공장을 설계했다. 천장엔 보일러 관이 설치돼 적정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해준다. 또한 근로자가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공간 배치와 색상도 신경을 썼다. 가까운 거리에 고급 리조트급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공조부품업체인 독일 말레는 이 공장을 탐방한 후 '세계 최고의 공장'으로 칭하며 금형업체로는 유일하게 ‘프로젝트 메니지먼트’상을 수여했다.

전기차 시대…공조부품 수요 2배 커질 듯
삼우코리아는 현대차·기아와 전기차용 공조시스템 개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수소차용 부품 금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우코리아가 경쟁력을 가진 공조시스템 부품은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용 공조시스템 부품 수요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2배로 늘어나며 부품의 부가가치도 최대 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사장은 “2021년 이후 자동차 금형은 수년간 최대 호황이 예상된다”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처럼 자동차산업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 금형 뿐만 아니라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가전과 반도체 분야 금형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 삼성·LG전자에만 금형을 납품하는 여느 금형업체와 달리 이 회사는 일본 스웨덴의 글로벌 가전회사에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용 금형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웨이퍼용 이송장치용 금형를 국산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앞으로는 의료기기용 금형시장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는 4년뒤 2025년엔 두 배 수준인 매출 8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사장은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독일의 품질을 모두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정부가 금형산업을 적극 육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과 함께 세계 5대 금형 생산국이다. 수출규모로는 세계 2위 국가다.

조 사장은 “첨단산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위해 금형산업을 보호하고 집중 지원하고 있다”며 “금형산업은 보통의 제조업이 아닌 더 키워야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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