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징벌' 수단 변질된 세제, 지속가능하겠나

입력 2021-05-05 17:27   수정 2021-05-06 00:14

세금은 나라살림의 바탕이다. 납세는 국민이 나눠 져야 할 의무이며, 동시에 세금 부담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조세의 대원칙인 이유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세금이 국민에 대한 ‘징벌’처럼 변질돼 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급격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같은 ‘부자 쥐어짜기’식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6년만 해도 41.8%(지방소득세 포함)였던 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 49.5%까지 올라간다. 연 10억원 이상 소득자는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2.5%보다 훨씬 높다. 고소득층에 세금 부담이 집중되면서 소득에선 전체 25%를 차지하는 상위 5%가 소득세의 3분의 2(65%)를 부담하는 기형적 구조가 생겼다. 소득 상위 5%라고 해도 하한선은 1억원 안팎으로 대기업 부장 수준이다. 반면 국민 37%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조세원칙과 정반대로 ‘좁은 세원, 높은 세율’의 나라인 셈이다.

소득세는 그나마 번 돈에 세금을 매기지만 종부세는 집값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재산세와 별도로 막대한 세금을 때린다. 집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세금을 돌려줄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망한 올해 주택분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최대 12조원에 달한다. 2년 새 두 배로 급증하는 것이다. 종부세 대상자도 같은 기간 약 34만 명이 늘었다. 국민의 조세저항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과도한 부동산세 부담이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이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주택자 세부담 완화를 밝혔지만, 다수의 친문계 의원들은 부정적이다. 홍남기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서로 결이 다른 소리를 한다.

부자가 세금을 좀 더 내고 이를 활용해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금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면 세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이 해외로 옮기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자산가들이 떠나도 마찬가지다. 프랑스가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경제에 도움이 안 되고 갈등만 야기한다며 부유세를 폐지한 이유다. 지금 같은 ‘국민 징벌’적 조세제도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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