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500년간 다른 곳만 바라본 '애증의 中·日'

입력 2021-05-06 17:34   수정 2021-05-07 02:48


서구인들이 ‘아시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먼저 떠올리는 두 나라이자 세계 2·3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애증의 관계를 맺어왔다. 수천 년간 양국 관계는 결코 수평적이지 않았다. ‘교류’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우월한 입장에서 주도권을 쥔 자와 ‘배우는 자’의 관계가 뚜렷했다. 무게의 중심추는 시대에 따라 큰 진폭으로 요동쳤고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이들의 비명이 속출했다.

《중국과 일본》(까치)은 일본에선 《1등으로서 일본(Japan as Number One)》으로, 중국에선 《덩샤오핑 평전》으로 각각 큰 명성을 얻은 에즈라 보걸 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다. 6세기 수나라 문제와 야마토 정권의 스이코 일왕 때 접촉부터 2018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중국 방문까지 1500여 년에 걸친 중·일 관계를 통시적으로 짚었다. 저자가 근현대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문가인 만큼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19세기 이후 근현대사의 희·비극이 차지한다. 한국과 관련한 내용도 적잖게 등장한다.

책이 일관하게 주목하는 것은 두 나라 관계가 결코 수평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근대 시기엔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자국의 문화적·군사적 우월성을 확신했던 중국은 이민족에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일본으로서도 백제 멸망 후 백촌강 전투에서의 일방적 패배, 문자와 학문·건축기술의 일방적 전달, 중국과의 현격한 경제적 격차 등을 좀처럼 좁히기 어려웠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본인들도 더는 중국을 우러러보지 않았지만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집은 계기는 ‘서구의 충격’이었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신속한 산업화와 기술발전을 이끈 일본은 더는 중국에서 배울 게 거의 없다고 여겼다. 반면 과거에 발목 잡힌 중국은 서구의 제도와 사상을 배우려 하지 않았고, 그나마 외부 세계에서 많은 것을 익힌 인재조차 활용하지 못했다.

양국의 접촉은 무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양국 교류사는 원나라의 규슈 침략과 임진왜란에서의 충돌, 왜구의 중국 침범, 청일전쟁과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 무력 충돌의 기록이기도 하다.

상대방에 관한 관심도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유학과 불교 등 중국으로부터 고전 문화를 배웠던 일본은 항상 중국에 관한 높은 수준의 정보를 확보했다. 1877년 상하이에서만 미쓰이물산, 니폰유센 등 25개 기업이 중국의 지리, 경제, 항구, 도로 정보를 수집했다. 반면 같은 시기 도쿄에 주재했던 중국 외교관들은 일본의 문우들에게 칭송받는 시집을 출간하는 등 실체 없는 문화적 거품 속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대 중국의 항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일본이었다. 중국 유학생들은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적국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청 제국 몰락의 선봉에 섰다. 중일전쟁은 공산당의 부상과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 몰락의 씨앗을 뿌렸다. 쑨원과 장제스, 저우언라이, 왕징웨이, 리덩후이 등 양안을 이끈 인물 상당수가 일본 유학파였다.

21세기를 즈음해 역사의 중심추는 또다시 심하게 흔들렸다. 1978년 덩샤오핑이 일본을 방문해 밝힌 일성은 고대의 서복이 구하러 떠난 ‘마법의 약(현대화)’을 찾으러 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아시아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한 중국은 2005년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출을 막았고, 2010년엔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을 계기로 중국은 일본 상품 불매와 희토류 수출 제한, 중국인 관광 취소 등으로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한 가지 짚을 것은 저자가 방대한 시기를 다룬 탓에 행주산성에서 일본군을 무찌른 것은 명나라 군이었다는 식의 오류가 종종 보인다는 점이다. ‘야마구치’를 ‘야마가치’로 적는 식의 오타도 눈에 걸린다. ‘남양함대’를 ‘남부함대’로 표현한다든지, ‘뤼순’을 ‘포트 아서’로 고집하는 것도 낯설다. 위안스카이, 캉유웨이와 달리 류쿤이(劉坤一)를 ‘유곤일’로 적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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