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일으키는 원인 단백질 찾았다

입력 2021-05-07 15:16   수정 2021-05-08 01:39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든 생활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10명 중 4명은 이전보다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가 지난달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코로나19 이후 체중이 3㎏ 이상 늘었다. 급하게 불어난 체중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식이요법이다. 하지만 적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체중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 데에는 유전적 차이, 장내 미생물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원인을 밝힌 연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됐다.

미국 인디애나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위장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인 ‘가스트로카인1(GKN-1)’이 비만을 유발한다고 최근 밝혔다. GKN-1은 위점막을 보호하고 위 내부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유용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GKN-1이 과발현되면 지방을 축적하고, 간에 염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GKN-1이 위에서 분비된 뒤 장까지 전달돼 지방의 흡수 등에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분 인디애나대 미생물 및 면역학과 교수는 “GKN-1은 산성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위장 환경에서 구조를 변화시켜 분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장에 도달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GKN-1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GKN-1 유전자를 제거한 쥐 동물 모델과 그렇지 않은 쥐를 이용해 실험했다. 24주간 두 집단에 균형 잡힌 정상 사료를 동일하게 먹인 결과 12주째부터 GKN-1 제거 쥐의 체중이 정상 쥐에 비해 적어지기 시작했다. 24주째가 됐을 때 체지방률은 정상 쥐가 약 22%, GKN-1 제거 쥐가 10% 정도였다. 근육량은 두 집단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후 8주간 고지방 식단을 먹이자 체중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고, 정상 쥐의 경우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GKN-1 제거 쥐는 지방간이 생기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두 집단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GKN-1 제거 쥐에게서는 후벽균(Firmicutes) 등 비만균으로 알려진 여러 종의 미생물 양이 현저히 적었다. 연구진은 비만균이 생체막(바이오필름)을 만드는 데 GKN-1이 도움을 준다고 추정했다. 생체막은 미생물군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일종의 ‘방패막이’다. 분 교수는 “GKN-1이 지방이 잘 축적될 수 있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추가로 GKN-1을 제거한 쥐에게서 각종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12개월까지는 위암을 포함한 어떤 암종도 발생하지 않았고, 면역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뇨가 있어 지방이 축적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해 혈액 내 당 수치를 검사했지만 정상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향후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그간 위는 비만과 큰 관계가 없다고 여겨져왔다. 이 때문에 초고도비만인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시행되는 위절제술을 제외하고는 비만 환자에게 위와 관련한 치료를 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분 교수는 “GKN-1은 위에서만 분비되는 단백질”이라며 “비만이 발생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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