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 격화…이재용 사면, 국민의견 듣고 판단"

입력 2021-05-10 17:48   수정 2021-05-11 03:30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도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에 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사면 언급 자체가 고무적”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질문에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 부회장의 역할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서가 붙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사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경제계는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그간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가 없으며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입장을 듣겠다”며 “경제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그런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사면 가능성을 높인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에 취임해 경제계를 만나면 그분들이 갖고 있는 상황 인식을 잘 정리해서 대통령께 전달드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반도체산업이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지면 그동안 쌓아온 세계 1위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며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지난달 말 사면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법정구속됐다. 만기 출소는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 사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경제계가 줄기차게 사면을 요구하면서 대통령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 한 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원포인트 사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 측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사면 가능성도 열어놔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지만 가능성은 열어놨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참 불행한 일로 안타깝다”며 “특히 고령에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까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또 국민 공감대,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서 한걸음 진전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문 대통령은 “엄청난 국정농단 그리고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8·15 광복절 동시 사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은 전적으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 발언에 해석을 첨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직 대통령과 대한민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는 기업 총수에 대해 사면을 해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정부가 가진 명분, 가치와 배치되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사면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방점을 둘 만하다”고 분석했다.

강영연/송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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