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래식계도 '핀란드 사단'이 이끈다

입력 2021-05-11 17:24   수정 2021-05-12 01:54

KBS교향악단이 새로운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핀란드의 피에타리 잉키넨(41·사진)을 선임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전임 지휘자였던 요엘 레비가 2019년 말 임기 만료로 떠난 뒤 2년 만에 새로운 사령탑이 지휘를 맡게 된다.

잉키넨은 ‘지휘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지휘 공부를 한 젊은 거장이다. 네덜란드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NDR 함부르크, SWR 슈투트가르트, BBC필하모닉 등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지휘를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독일 도이치방송교향악단과 일본 재팬필하모닉에서 수석지휘자를 겸임하고 있다. KBS교향악단까지 더하면 세 곳을 동시에 맡게 된다.

잉키넨은 KBS교향악단과 인연이 깊다. 2006년과 2008년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객원지휘자로서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그는 “좋은 연주자로 구성된 훌륭한 악단”이라고 호평했다.

잉키넨이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 두 곳 모두 핀란드 지휘자가 이끌게 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19년에 선택한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68)도 핀란드인으로,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출신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향을 이끌고 있는 벤스케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호평받고 있다.

핀란드 지휘자들이 클래식계를 휩쓰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칼 뵘, 게오르그 솔티 등 20세기를 주름잡던 거장들이 하나둘 퇴장하면서 핀란드 지휘자로 대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영국 BBC심포니오케스트라(사카리 오라모), 영국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에사페카 살로넨),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미코 프랑코),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파리 오케스트라(클라우스 마켈라) 등의 상임지휘자도 모두 핀란드 출신이다. 2019년 7월까지 쾰른 서독일방송교향악단을 이끌었던 유카-페카 사라스테도 핀란드 지휘자다.

인구 약 55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가 어떻게 ‘지휘 강국’이 됐을까. 비결은 오케스트라 인프라에 있다. 핀란드 교향악단협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31개의 관현악단이 활동하고 있어 국민 1인당 오케스트라 수는 세계 1위다. 이웃나라인 스웨덴이 낳은 거장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는 “핀란드에는 소도시마다 오케스트라가 있다”고 했을 정도다. 잉키넨도 “오케스트라가 많다 보니 신예 연주자들도 무대에 설 기회가 많다”며 “자연스레 신인들끼리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연주를 게을리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자들의 스승인 요르마 파눌라(90)의 공헌도 컸다. 파눌라는 1973년부터 21년 동안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지휘를 가르쳤다. 세계에서 활약하는 핀란드 지휘자의 대부분이 그의 제자들이다. 이들을 ‘파눌라 사단’이라고 부를 정도다. 잉키넨과 벤스케도 그의 제자다. 잉키넨은 지난해 10월 방한 인터뷰 때 “파눌라에게 지휘 교육을 받을 때 다양한 악기를 다루고, 악보를 읽는 연습을 했다”며 “열다섯 살 때 작은 악단을 이끌어 본 것도 스승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를 상징하는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를 성공의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벤스케는 “시벨리우스가 남긴 레퍼토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건 핀란드인이다. 민족성이 담긴 곡이기 때문”이라며 “시벨리우스 음악을 핀란드식으로 연주하려는 악단이 늘어나면서 핀란드 지휘자들도 덩달아 주목받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핀란드 지휘자들이 한국에서 객원 지휘를 할 때마다 수준급의 연주를 선보였다”며 “지금껏 국내 클래식계에선 브람스, 베토벤 등 독일 레퍼토리가 연주되는 빈도가 잦았는데 핀란드 마에스트로들이 들어오면서 북유럽과 동유럽 레퍼토리가 연주되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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