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높아진 부산 재건축…"강남처럼 아크로·써밋 짓자"

입력 2021-05-11 17:29   수정 2021-05-12 03:22


부산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1동 ‘우동3구역’. 1070여 명의 주민으로 구성된 이 구역 조합은 지난달 25일 정기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 컨소시엄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엔드(high-end·최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새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대형 건설사들의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디에이치’(현대건설) ‘아크로’(DL이앤씨) 등 하이엔드 브랜드는 서울에서도 강남과 용산, 성수 등 일부 인기 지역 단지에만 붙는 이름이었다. 부산 집값 상승에 따라 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하이엔드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는 2013년부터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한 전략으로 도입됐다. 2015년 디에이치를 선보인 현대건설은 그해 4월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현 디에이치 라클라스)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는 천연대리석 등 최고급 마감재로 내부를 시공하고,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 호텔급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미술관 같은 아파트’로 불리는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대표적이다. 공사비도 일반 브랜드보다 3.3㎡당 수백만원이 더 들어간다. 고급화 전략에 따라 조합원은 재건축 사업 후 주택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시공사는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동3구역은 부산 중심 상권인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 앞에 있어 해운대구에서도 가장 알짜 부지로 통한다.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와 아크로를 각각 내세운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우동3구역 2차 수주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구 우2동 ‘우동1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월 말 조합원 총회에서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우동1구역 재건축 사업은 1985년 준공된 삼호가든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지하 4층~지상 29층, 13개 동, 1476가구 규모 아파트를 새로 짓는 공사다. 단지명은 ‘아크로 원하이드’로 정해졌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아크로 아파트가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다.

DL이앤씨는 그동안 서울 강남 또는 한강변에 있거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이상인 단지에만 아크로를 써 왔다. 2016년 준공된 서울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2019년 10월 34억원에 거래되며 ‘강남 아파트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광주 등 다른 지방서도 요구 목소리
부산 남구 ‘대연4구역’(대연비치) 재건축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3월 이 단지에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하기로 했다.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는 현재 서울 4개, 경기 과천 2개 등 총 6개뿐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표 부촌인 해운대 등에 짓는 아파트는 일종의 브랜드 홍보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설사마다 일정 부분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이후 해운대(24.58%)·수영(17.61%)·동래(15.32%)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올 4월 기준)은 전국 평균치(12.53%)를 크게 웃돌았다.

수영구 남천동 ‘남천2-3구역’(삼익비치타운) 재건축 사업은 2016년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일부 조합원이 하이엔드 브랜드 시공을 요구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밖에 금정구 서동 ‘서금사5구역’, 사하구 괴정동 ‘괴정5구역’ 등도 최근 줄줄이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 선정에 들어갔다.

하이엔드 브랜드 바람은 광주로도 옮겨붙고 있다. 사업비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조합은 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금호건설 컨소시엄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총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조합원 설문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컨소시엄은 원래 계획을 뒤엎고 이 지역에 아크로 등을 도입할 수 있다는 공문을 조합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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