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9.2%로 아시아 18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2.9%), 대만(4.4%)에 견줘도 2~3배 높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2018년(16.4%)과 2019년(10.9%) 연속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은 탓이다. 부작용이 커지자 작년(2.87%)과 올해(1.5%) 속도조절을 했지만, 노동계에선 여전히 ‘시급 1만원(현재 8720원)’ 주장이 나온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게 주로 정치에 휘둘려, 물가나 생산성 개선폭보다 최저임금이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 간 격차는 3.3%포인트로, 일본(0.5%포인트), 대만(1.6%포인트)보다 2배 이상 높은 이유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득개선 효과보다 일자리 상실 역효과가 더 큰 게 현실이다. 게다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까지 덩달아 임금이 올라간다. 노동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정책의 역설이다. 경총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수가 지난해 역대 두 번째 규모인 319만 명(미만율 15.6%)에 달했다. 이미 사업주들이 지키기도 힘든 수준이란 얘기다.
생산성 향상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건비 부담만 급격히 늘리면 기업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코로나 충격 속에 일자리가 위태로운 노동약자들을 생각한다면 일본보다 높아진 최저임금을 더 올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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