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없어서 괜찮다?…"전자담배 달콤한 향이 청소년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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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2 15:39   수정 2021-05-12 15:45

니코틴 없어서 괜찮다?…"전자담배 달콤한 향이 청소년 유인"


가수 임영웅씨(29)가 실내 흡연으로 마포구청으로부터 10만원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것을 계기로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임씨 측은 실내 흡연은 잘못된 일이지만, 니코틴이 없는 액상을 사용해 과태료 부과 대상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니코틴 함유 여부와 상관없이 액상형 전자담배는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청소년에게 거부감이 적은 향을 포함하고 있어 문제"라며 "정부는 비흡연자를 유인하는 가향담배에 대한 억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액상에 여러가지 향을 첨가해 피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미있는 향'이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숙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의 '첫 담배'가 될 가능성이 높아 세계 각국이 강력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구매 문턱도 낮다. 성인인증만 거치면 온라인에서 전자담배 기기와 니코틴 액상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이 담배를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한 것"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같은 법이 담배의 전자상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화학적으로 제조한 '합성니코틴' 액상 등은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온라인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 신분증 확인을 거쳐 담배를 구매할 때보다 청소년에게 구매 장벽이 낮은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쥴' 등 CSV 기기(폐쇄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크다며 사용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쥴 랩스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1년 만에 철수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액상을 스스로 보충해서 쓰는 형태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전자담배 판매점과 온라인 등을 통해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선 니코틴 원액과 향료를 사서 직접 액상을 제조하는 이른바 '김장' 방법도 흡연자들 사이에서 공유된다. 각자가 선호하는 향을 만드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중독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궐련형 담배 시장에서도 청소년에게 거부감이 적은 가향담배의 판매 비중은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담배 전체 판매량 중 가향담배의 비중은 2011년 6.1%에서 지난해 38.4%로 6배 이상 늘었다. 담배 필터 안에 향료 캡슐을 삽입한 '캡슐담배'의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2011년 1.6%였던 캡슐담배 비중은 지난해 30.6%가 됐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가향담배가 청소년의 흡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멘솔(박하향) 담배와 향이 나는 시가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미 미국은 멘솔 이외의 인공 천연향을 비롯해 딸기, 포도, 오렌지 등을 포함한 향료를 담배에 첨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등도 특정한 향이 나는 담배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한다.

한편 국내에서는 가향담배에 대한 법적 규제가 미비하다. 가향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담배업체 등의 반발이 거세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쓰이는 합성 니코틴 등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규제하는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선 담배사업법 상 담배의 정의를 넓히는 일이 시급하다"며 "궐련형 가향담배에 대해서도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단계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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