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청약에만 9兆 '빚투'…4월 가계대출 16兆 늘어 '역대 최대'

입력 2021-05-12 17:00   수정 2021-05-20 15:18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16조1000억원 늘어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 자금과 암호화폐 투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들이 빚을 늘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뭉칫돈이 몰리는 자산시장에 과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공모주와 비트코인에 투자하자”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4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7000억원으로 올해 3월 말보다 16조1000억원 늘었다. 올 들어 1~3월 증가폭이 6조~7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조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지난달 증가폭은 월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가장 컸다. 종전 최대 증가폭이었던 지난해 11월(13조7000억원) 수준도 넘어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계대출 중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말 743조2000억원으로 4조2000억원 늘었다. 역대 4월 기준으로 2015년(8조원), 2020년(4조9000억원), 2016년(4조600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지난달 말 281조5000억원으로 11조8000억원 불었다. 월간 기준으로 역시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달 28~29일 이뤄진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는 개인이 증거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관련한 신용대출 규모가 9조원대 초반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0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와 올해 ‘공모주 대어’로 꼽힌 카카오게임즈(57조5543억원) 빅히트(현 하이브·58조4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도 넘어섰다. 한은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들이기 위한 자금조달 수요 역시 기타대출 증가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산매입을 위한 차입금 조달이 불어난 것은 가계·기업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율)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기 회복 기대가 퍼지면서 4월 기대 인플레이션율(2.1%)이 2019년 8월(2%) 후 최고치를 기록한 결과 실질금리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비은행 가계대출을 합산한 결과 지난 4월 한 달 새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총 25조4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3월 증가폭(9조9000억원)의 2.5배에 달한다.
○자산시장 과열 잇단 경고
불어난 유동성이 증시와 부동산,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을 달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자산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징후도 포착된다. 올 들어 미국 S&P500지수와 다우존스지수는 각각 26회, 24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122조원)가량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10위 종목의 몸값 합계를 웃돈다.

회사채에도 등급을 가리지 않고 돈이 몰리는 데다 상품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인다. 지난 10일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은 장중 사상 최고인 t당 1만747.5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자산거품 경고음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자산가격이 매우 높고 거품이 꼈다”고 언급했다. Fed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2021년 5월)에도 자산가격이 상당히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자산시장이 조정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시장금리도 뛰면 그만큼 유동성이 회수될 것이라는 우려에 위험자산 선호도 역시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퍼져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수순에 들어갔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미래가치가 반영된 기술주와 가상자산가치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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