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13일 국내 증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출렁거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사흘 연속 1%대 하락세를 이어갔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에 나온 ‘미국 CPI 서프라이즈’를 코로나19로 지나치게 낮았던 지난해의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추세적·구조적이기보다 ‘단기적 이슈’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올 2분기까지는 금리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슈가 주식 시장을 뒤흔들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08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폭이고, 전월 대비로도 2009년 이후 12년 만의 최대다.
미국 CPI 급등으로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13일 코스피지수는 1.25% 하락한 3122.11에 장을 마쳤다. 개인이 1조4384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조429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수는 10일 3259.30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3일 동안 4% 빠졌다.
이번 미국의 4월 CPI 상승률은 수치만 보면 시장 전망치를 웃돌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예상 가능했던 이슈’라고 평가했다. 작년 코로나19 충격으로 국제 유가가 폭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회복기에 접어들며 항공료, 호텔, 중고차 등 부문의 이용이 늘어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지만 국내 증권업계에선 추세적이기보단 ‘일시적’ 이슈라고 입을 모았다. 5월 정점을 찍고 이후 하향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저효과 때문에 7월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아직까진 구조적으로 반전을 이룰 새로운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 자체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베어마켓(약세장)으로 돌아선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철강·기계 등 올 하반기 실적 개선이 유력한 종목과 화장품·의류·레저 등 그동안 부진했던 소비재가 안전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전경대 파인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은 금융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국면”이라며 “원자재·소재 관련 실적 개선주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술주가 최근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해소되면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반등이 나온다면 기술주, 정보기술(IT) 업종이 다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중공업지주, 강원랜드, 호텔신라, LG디스플레이, 금호타이어 등이 꼽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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