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되풀이되는 인사참사 막으려면

입력 2021-05-13 17:22   수정 2021-05-14 00:14

문재인 대통령이 다섯 명의 장관 후보를 지명했다. 언론에서 참사(慘事)라고 일컬을 정도로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문제의 원인과 필요한 관점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있을까.

정부 인사의 심각한 장애는 다음의 세 가지에 기인한다. 첫째, 인재풀이 작다.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민과 관을 공히 경험하면서 정무적 감각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부처의 다양한 관장사무를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결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하다. 게다가 노련하고 강력한 관료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산하기관을 상대해야 한다. 사실 우리 정부가 너무 크고 강력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둘째, 청문회 부담 때문에 잠재적인 인재가 후보로 나서지 않는다. 설익은 매도나 사생활의 폭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간 주로 어떤 사람들이 청문회를 통과했는가. 옆방 청문회에서 대형 스캔들이 났거나 평소에 여의도에 좋은 인맥을 구축한 즉, 정치적 역량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 꽤 적격인 사람이 탈락하는 경우도 많이 봤고, 부적격인 사람이 살아남는 경우는 훨씬 자주 봤다.

셋째, 후보자 지명의 근거와 배경이 불분명하다. 후보자도 본인이 왜 지명됐는지, 부처 경영의 큰 그림과 초점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본인을 어느 정도 지원하고 어떤 책무를 부과하는지도 명료하지 않다고 한다. 돈키호테 부류가 아니고는 이런 상황에서 지명을 수락하기 쉽지 않다.

내각의 구성과 관련된 보편적인 오해가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정신은 대통령 책임제이고 내각은 대통령의 책임하에 한 팀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본인의 팀을 구성해 효과를 내고,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아무리 여야 합의정신이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수행 효율성도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장관, 총리 등 행정부 정무직에 대한 청와대의 오해가 더 심각하다. 대통령이나 진영에 대한 충성심과 헌신도는 업무 역량에 반비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의 정견이나 방향을 구현하는 데도 무능하다. 대통령이나 정권의 비전이 추상적이고 이념적 성향을 띨수록 이런 오해와 실패는 빈발하기 마련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 제대로 된 인재를 고용해서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싶은 고용주인, 국민의 입장 말이다. 높은 도덕성, 인격, 역량을 모두 다 갖춘 사람은 현실적으로 별로 없다. 과연 국민은 어떤 조합을 원하며 국가 운영에는 어떤 조합이 필요한가?

필자가 보기에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뱀같이 유능하고 성실하게 헌신하면 된다. 과거의 실수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비유하자면 본인의 자산 운용을 맡은 펀드매니저의 사생활을 우리가 꼬치꼬치 알 필요는 없다. 내 펀드를 다루는 동안에는 정직하게 좋은 성과를 내주면 되는 것이다.

청문회를 둘러싼 국가적 낭비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여야 상호합의에 의한 운영 방식 변경으로도 가능하고 청문회를 다룬 국회법의 일부를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아 개정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기초 검증이 중요하다. 인사수석실이 주도해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검증하고 본인의 해명까지 청취한 결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중대한 범법이나 과실이 있는 자는 이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다. 둘째, 비공개 1차 국회청문회를 통해 검증 결과를 본인과 수사기관이 함께 확인하고 재검증할 수 있다. 셋째, 공개적인 2차 국회청문회는 정무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역량과 식견을 확인하고 토론해 국정 방향에 대한 공유와 상호작용을 하는 장으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런 절차와 별도로 결국은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사람을 나무에 올려놓고 남들이 흔들어보게 한 뒤 살아남는 사람만 데리고 가는 방식은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직접 지명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국민이 거는 기대를 적극적으로 천명하면서 국회와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한 팀을 꾸리는 데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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