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은 충분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을 통해 온라인 결제 플랫폼, 국내 결제 환경 등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라인은 CBDC 사업에 필요한 결제 완결성, 많은 결제량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속도 등을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대만, 태국 등 해외 여러 지역에서 각종 결제 및 핀테크 서비스도 운용 중이다. 라인은 지난해 한은이 연구 목적으로 진행한 ‘CBDC 파일럿시스템 컨설팅 용역사업’에 참여해 한은 CBDC 플랫폼의 기술적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 측은 “국내 환경에 맞는 CBDC 플랫폼 개발 채비를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그라운드X도 CBDC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개발사 컨센시스와 협력 중이다. 컨센시스는 이더리움의 공동 창업자인 조지프 루빈이 설립한 블록체인 기술 솔루션 업체다. 이더리움 지갑인 메타마스크 등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를 개발했다. 컨센시스는 최근 기존 이더리움과 호환성이 큰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을 활용해 싱가포르, 호주, 태국 등의 CBDC 사업에 참여했다.
그라운드X는 컨센시스와 협력해 다수의 이용자가 클레이튼을 사용해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확장성과 다른 블록체인과 연결되는 호환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 기능은 한은 CBDC 사업에서도 필요하다. 클레이튼은 클레이라는 암호화폐도 발행하고 있다. 클레이는 암호화폐 거래 승인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결제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블록 하나를 생성하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클레이는 1초면 거래가 승인된다.
업계에서는 CBDC 사업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업체 모두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핀테크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종 인터넷 사업에서 다투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 유통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두 기업 모두 북미 지역의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각각 인수하면서 경쟁 무대가 해외로 확대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의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를 사들였다. 네이버도 이달 초 캐나다의 웹소설 업체 왓패드 인수를 마무리했다. 왓패드는 전 세계 9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이다.
김주완/김익환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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