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車 판매' 글로벌 대세인데…노조에 발목 잡힌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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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4 05:00   수정 2021-05-14 06:43

'온라인 車 판매' 글로벌 대세인데…노조에 발목 잡힌 한국


세계적으로 보편화하는 '온라인 차량 판매'가 국내에선 갈 길이 멀다. 일거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노조의 거센 반발에 여전히 온라인 판매는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서다.

최근 기아 EV6 온라인 사전예약 이용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변화의 기로에 선 국내 차 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V6 사전예약 개인 고객, 절반 이상 온라인 이용”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EV6 사전예약을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한 기아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 들었다. 개인 고객 절반 이상(54%)이 온라인 사전예약을 이용한 것. 비대면 거래가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차량 구매에서도 소비자들의 온라인 선호가 오프라인을 넘어섰다는 방증인 셈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혼선을 겪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5 계약자들 사이에서 카마스터(현대차·기아 영업직)의 자동차 판매 전문성·역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온라인 판매 필요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54%'라는 수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와 흘러나왔다. 판매 방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온라인 차량 판매는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강화된 데 따른 추세이기도 하지만, 딜러·영업점 등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 있어 업체들 입장에서도 비용 감축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인력 감축이 이뤄지면 자동차 가격을 평균 6% 낮출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절감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 글로벌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이 45억달러(약 5조65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車 판매 전 세계 확산 움직임


선두주자는 테슬라다. 일찌감치 오프라인 아웃을 선언, 2019년부터 100%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한다. 국내에서도 모델3·모델Y 등을 온라인 판매 중이다. 같은해 볼보도 영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포드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자동차 판매에 나섰다. 볼보와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온라인 판매 비중을 각각 80%, 2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폭스바겐 역시 전기차 'ID. 시리즈'의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다.

국내도 일부 수입차 업체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 움직임이 보인다. 한국GM은 지난 3일부터 '쉐보레 온라인 샵' 운영을 시작했다. 첫 온라인 판매 차종은 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카마로 SS'다. 상담, 옵션 선택, 결제까지는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차량 등록, 인도는 직원 도움을 받는 식이다. 한국GM은 우선 카마로를 시작으로 노조, 대리점주 등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복안이다. 향후 온라인 판매 차종을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프, 재규어랜드로버 등은 지난해 국내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개설했다. BMW도 온라인 판매 플랫폼 '샵 온라인'을 운영 중이다. 매월 내놓는 한정판 모델을 샵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차량 검색부터 견적, 계약까지 가능한 '온라인 세일즈 플랫폼'을 올해 안으로 국내 도입할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 확대 추세…국내 아직 걸음마 수준
이같은 움직임에도 현대차·기아는 국내에서 직영점·대리점 등 오프라인 판매만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인도,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클릭 투 바이'라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열었지만 국내에는 도입하지 않았다. 노조 파업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노조는 온라인 판매로 전환시 판매 실적이 줄어들고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막고 있다.


기아는 올해 3월 EV6 사전계약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려다 노조 반대에 부딪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판매지회는 지난 3월 소식지를 통해 "EV6 인터넷 사전예약은 영업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사전예약을 반대하고 나섰다. 실제 판매가 아닌 사전예약이었으나 영업 현장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었다.

결국 기아는 본 계약은 일선 영업점에서 진행하겠다는 조건하에 구매 의향 있는 고객들의 등록 성격의 사전예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노조 측과 합의를 봤다. 앞서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5는 온라인 판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영업점을 통해 사전계약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는 노조 반발 등 구조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비대면 판매는 단순 소비재뿐만 아니라 소비 트렌드이고, 자동차도 이를 피할 수 없다. 이미 온라인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각종 수치에서 드러나는 만큼 노조와 합의점을 찾아 시류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車경쟁력 악화 요인…개선돼야" 목소리
노조의 반발은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악화 요인으로 예전부터 지적돼 왔다. 올 3월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5가 양산이 지연될 뻔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노사는 생산에 투입되는 인원수(맨아워)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밤샘 논의 끝에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부품 수가 내연기관 대비 20~30%가 줄어드는 전기차 특성 때문에 발생한 갈등이었다.

지난해 임금단체 협상을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의 경우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자동차 산업 위기 속에서도 최근 파업을 단행했다. 회사는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내는 등 경영 상황 악화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올해 들어 르노삼성은 파업으로만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제18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외국인 투자 3사(한국GM·쌍용차·르노삼성)의 생산과 판매가 계속 줄면서 심각한 적자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문제의 근원은 노사간 갈등, 저효율 고비용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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