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일자리 줄어드는데 '현실 외면'…자화자찬한 文정부[정의진의 경제야놀자]

입력 2021-05-15 19:14   수정 2021-05-16 04:21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라는 정부 기구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하자마자 만들라고 지시해 설립됐는데요, 문 대통령 스스로가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2017년 당시에도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화두였기 때문에 일자리위원회의 출범 자체가 고용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대변되기도 했습니다. 법에 명시된 일자리위원회의 설립 목적 역시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의 질 개선'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탄생한 일자리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간담회를 하나 열었습니다. 간담회 주제는 '문재인 정부 4년, 일자리정책 성과 및 과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 일자리 정책을 평가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 고치겠다는 자리죠.

올바른 대책은 정확한 현실 인식과 평가에서 나오는 법.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4년의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일자리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자리 개선 성과"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인사말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인 2019년까지는 고용률 등 일자리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상황에 대해선 "코로나19 방역과 고용유지에 진력한 결과 주요국 대비 취업자 감소율 및 실업률 상승폭이 최소화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이든 이후든 꽤나 긍정적인 자평입니다. 정부는 무슨 근거로 일자리 정책을 저렇게 좋게 평가한 걸까요.

먼저 일자리위원회가 코로나19 이전 상황에서 '양적 측면 성과'의 근거로 제시하는 지표는 고용률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까지만 해도 고용률이 66.1%였는데, 2019년 66.8%로 올랐으니 양적으로 성과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질적 측면 성과'의 근거로 일자리위원회가 제시하는 지표는 저임금근로자 비율입니다. 저임금근로자비율이 2016년 23.5%에서 2019년 17%로 떨어졌으니 코로나19 전까지 일자리가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 주요국보다는 낫다는 '취업자 감소율'과 '실업률 상승폭'도 정부 말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 수는 2712만30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21만8000명 줄었습니다. 비율로 보면 취업자 수가 0.8% 감소한 셈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한국의 취업자 감소율은 일자리위원회 주장대로 미국(-6.2%), 캐나다(-5.2%), 호주(-1.5%), 독일(-1.0%) 등 주요국보다 분명 양호한 수치입니다.


실업률 상승폭도 들여다볼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업률은 4.0%로 2019년에 비해 0.2%포인트 올랐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한 사람이 그만큼 늘었단 의미죠. 하지만 일자리위원회 주장대로 미국(4.4%포인트), 캐나다(3.8%포인트), 호주(1.3%포인트), 독일(1.0%포인트), 일본(0.4%포인트) 등 주요국보다는 실업률 증가폭이 작기는 합니다.

일자리위원회가 내세운 지표만 보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더 없이 훌륭해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칭찬하기만 하면 될까요.
'경제의 허리' 3040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세상엔 많은 통계가 있습니다. 고용률, 실업률 말고도 일자리와 관련한 다양한 통계가 있죠. 일자리위원회가 내세우지 않은 다른 통계들을 살펴보면 한국의 일자리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30대, 40대의 일자리는 계속 줄고, 60세 이상 노인들의 일자리만 계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먼저 코로나19 이전까지의 상황을 볼까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17년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도보다 31만7000명 늘었습니다. 고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30대 일자리는 6000개, 40대 일자리는 5만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는 25만4000개나 늘었습니다.

2018년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은 세계 경제가 호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때 한국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던 때였습니다. 취업자는 전년도 대비 9만7000명밖에 늘지 못했죠. 이때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세대가 3040입니다. 30대는 일자리가 6만1000개 줄었고, 40대 일자리는 11만7000개나 사라졌죠.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2018년에도 60세 이상 노인의 일자리는 23만4000개 늘었습니다.


2019년엔 전 연령층 취업자가 30만1000명 늘어나는 동안 60세 이상 취업자는 그보다 많은 37만7000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이때 30대 일자리는 5만3000개, 40대 일자리는 16만2000개 사라졌습니다.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작년이라고 상황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취업자는 전년 대비 21만8000개나 줄었습니다. 코로나19로 세계적인 불황이 닥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죠.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연령층은 이번에도 3040입니다. 작년 30대 일자리는 16만5000개, 40대 일자리는 15만8000개 줄었습니다. 모든 연령층의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60대 이상 일자리는 또 37만5000개 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급증한 것은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환경미화, 교통안내 등 역할을 하는 노인 일자리를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만든 노인 일자리는 2017년 49만6000개에서 지난해 80만개로 늘었습니다.

결국 일자리위원회가 앞서 내세웠던 각종 지표는 이렇게 3040 세대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결과입니다. 노인 일자리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노년층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의 허리인 3040 세대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녀들이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키오스크에 빼앗기는 상황에서 "일자리의 양적·질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는 평가를 정부가 스스로 내려도 괜찮은 걸까요.

정부는 말하지 않지만 전체 일자리 중에 일하는 시간이 1주일에 17시간도 되지 않는 단기 일자리 비율이 2016년 4.9%에서 2019년 6.7%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당 36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비율은 81.4%에서 78.6%로 줄었습니다. 물론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던 작년엔 이 같은 추세가 더 심화됐고요.

지난 4년, 대한민국 고용 상황은 양적·질적 발전을 이룬 걸까요.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타격이 적었다고 해서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올바른 정책은 정확한 현실 인식과 평가에서 비롯됩니다. 일자리위원회의 자화자찬 평가가 앞으로 어떤 정책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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