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서는 중앙지검장, 檢 '조직 안정'은 어디로? [남정민 기자의 서초동 일지]

입력 2021-05-15 17:12   수정 2021-05-15 17:14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먼저 저와 관련된 사건의 수사로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수사과정을 통해 사건 당시 반부패강력부 및 대검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였으나, 결국 기소에 이르게 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저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당시 수사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습니다. 향후 재판절차에 성실히 임하여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입장 전문입니다. 전(前) 지검장 아니고 현(現) 지검장입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4일 총장 후보자로서 최우선의 과제로 '조직 안정'을 꼽았습니다. '조직 안정'에는 많은 뜻이 있겠지만 적어도 일선 검사들은 정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검찰, 힘 있는 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꿋꿋이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검찰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성윤 지검장의 선택은 과연 검찰 '조직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 안정'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위상 떨어진 서울중앙지검


이성윤 지검장이 재판에 넘겨지던 당일, 검찰 안팎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혐의를 받고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치욕이다. 그건 상식이다"라며 "당연했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중앙지검의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검 중수부(중앙수사부)가 없어지고 난 뒤 소위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사건들은 대부분 중앙에서 맡아 왔다"며 "그런데 요새는 어떤가. 수장이 대놓고 친(親) 정권 성향을 보이는데 어떻게 큰 사건들이 중앙으로 오겠느냐"고 꼬집었습니다.

현재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은 대전지검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은 수원지검이 맡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부 판사는 "최근 중앙지법에서 이목이 쏠리는 형사사건 선고가 많이 줄은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옆집(검찰) 사정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 지검장이 '피고인 신분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선례만큼은 남기지 말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물론 이성윤 검사장이 직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진정 조직을 생각하는 수장이라면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마라"
판결이든 수사든 정치권이 사법처리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얽힌 일련의 상황들이 결국 "조직의 명운을 걸고 김학의 사건을 책임져라"는 대통령의 지시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겁니다.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장자연, '버닝썬', 김학의 사건은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리고 김학의 전 차관은 해당 진상규명 지시가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출국을 시도했습니다.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그런 지시를 하기 전에 수사의뢰를 하든 해서 김학의의 발을 먼저 묶었어야 했다"며 "출국 가능한 상태에서 '진상규명 하라'고 하니 도망 안 갈 사람이 어디있나. 그리고 대통령이 '조직 명운을 걸라'고 하는데 그걸 손 놓고 보고 있을 조직이 어디있나"고 말했습니다.

출입국관리법상 긴급 출국금지는 장기 3년 이상의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해 수사 중이거나 내사 중인 사건은 없었습니다.

이 간부는 "결국 정치권의 판단 미스에서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된 것"이라며 "정치권이 사법처리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어쨌든 이 지검장은 현직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에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법무부 차원에서 이 지검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킬 가능성도 적어보입니다. 지난 1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 직무배제 혹은 징계는 별도의 절차, 별도의 트랙"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4일 기자들이 재차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 여부를 묻자 "일주일째 법무부 장관을 이렇게 몰아세우니 참…다 법과 절차가 있다. 그쯤 해라"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검찰 조직안정'이라는 약속이 결국 공허한 구호로만 남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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