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규칙은 단순해졌다. 코로나19 백신을 맞든지, 맞을 때까지 마스크를 쓰든지. 선택은 당신 몫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늘은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에서 위대한 전환점"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새 마스크 지침을 내놓은 것에 대한 평가다.
CDC는 이날 백신을 맞은 사람이 야외는 물론 실내서도 마스크 없이 모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백신이 증상 악화를 막는 것은 물론 전파 위험도 낮춰준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코로나19 종식을 향해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인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 바이러스벡터 기반인 얀센 백신 등 세 종류가 허가 받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두 번, 얀센 백신을 한 번 맞은 뒤 2주가 지난 사람은 CDC 지침에 따라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병원, 대중교통 등 고위험 밀집 시설만 마스크 의무 착용 시설로 남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일상 생활을 재가동하기 위한 초석을 놨다"며 "1년 넘게 규제 속에 살면서 펜데믹(감염병 대유행)에 지친 미국인에게 거대한 전환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백신 수급이 원활한 것도 영향을 줬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만 12~15세도 맞을 수 있도록 허가 받으면서 예방 가능한 인구가 점차 늘었다.
그동안 백신 접종자도 마스크를 쓰도록 한 것은 백신 효과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서다. 몸 속 깊은 곳인 폐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는 근거는 있었지만 코와 같은 상기도 증식도 막는지 알 수 없었다.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상기도에서 계속 증식하면 무증상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릴 수 있다.
미국 미래의학 전문가인 에릭 토폴 스크립스연구소 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그동안 백신을 맞아도 코 속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전파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mRNA 백신 접종 후 전파 사례가 드물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과학이 뒷받침된데다 더 많은 백신 접종을 유도할 수 있어 코로나 이전의 삶을 향한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열기가 주춤해지면서 미국 정부가 '마스크 면제'라는 당근책을 내놨다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성인 70%가 백신을 맞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1일 244만 명에 이르던 접종자는 34만 명까지 떨어졌다. 백신 접종자를 늘리기 위해 주정부까지 팔을 걷은 배경이다.
뉴욕은 백신 접종자에게 쉐이크쉑 감자튀김에 이어 버거 쿠폰을 주기로 했다. 메릴랜드는 백신 첫 접종을 마친 사람들을 위해 피자쿠폰 1만개를 준비했다. 맥주를 무료로 주는 뉴저지도 있다.
현금 지급도 늘고 있다. 오하이오는 접종자 중 다섯 명을 추첨해 1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백신 로또'를 도입했다. 웨스트버지나아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16~35세 연령층에게 100달러 예금증서(CD)를 지급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기업도 접종 인센티브 행렬에 동참했다. 아마존은 백신을 맞은 직원에게 100달러를 지급키로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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