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스타벅스 제한법' 만드는 국회, 경제공부 좀 하라

입력 2021-05-14 17:27   수정 2021-05-15 00:07

경기 양평 물소리길을 걷다 보면 강가에 3층짜리 큰 건물이 눈에 띈다. 요즘 양평의 최고 ‘핫플(명소)’이 된 스타벅스 더양평DTR점이다. 작년 7월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최대 스타벅스 매장인데, 주차장이 꽉 차고 주문을 위해 긴 줄을 서는 건 흔한 모습이다. 입소문이 난 이곳에 가려고 일부러 양평을 여행지로 정하기도 한다. 덕분에 근처 관광지와 음식점도 북적인다.

몇 년 전부터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란 말이 유행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사람이 몰리고, 지역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상가건물엔 다른 점포 유치를 위해 ‘스타벅스 입점 확정’이란 플래카드가 붙기도 한다. 그런데 내년부턴 지역상인이 반대하면 스타벅스, 올리브영 같은 대기업 매장이 출점을 못 하게 될 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최근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상권법)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당초 반대했던 야당도 조건을 약간 까다롭게 하는 정도로 합의해 줘 이달 본회의 통과가 거의 확실하다. 이 법에 따르면 지역상인과 임대인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한 지역엔 대기업 직영매장의 출점이 금지된다.

그동안 지역상인 보호를 명분 삼아 숱한 규제가 만들어졌다. 대·중소기업 상생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에 의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이 대표적이다.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을 강제휴무케 하는 법안도 여러 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지역상권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온라인 주문을 하거나 미리 가든지 하지, 굳이 안 가던 전통시장을 찾아갈까. 양평 스타벅스 사례처럼 오히려 대형 점포가 주변 상권을 형성하고 활성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온라인 쇼핑이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백화점, 전통시장 할 것 없이 ‘즐기는 곳’이란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자체 경쟁력만 있으면 소비자들은 부근에 대기업 점포가 있든 말든 일부러 찾아간다. 천편일률의 스타벅스가 싫다며 예쁘고 개성 있는 동네 카페들만 순례하는 이들도 있다. 소비자 취향은 이렇게 다양해졌는데도 정치인들은 대기업 점포를 막아야 소상공인이 산다는 틀에 박힌 주장만 반복한다. 집단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상인단체는 겁나고, 소비자 권리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온전히 정치논리일 뿐이다. 진짜 그렇게 여긴다면 경제 기초부터 공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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