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사 부르는 일산화탄소…심장에도 직접 상처 남긴다

입력 2021-05-14 18:46   수정 2021-05-14 23:30

무색무취해서 ‘침묵의 살인가스’로 불리는 일산화탄소는 한번 노출되면 뇌 등 각종 장기가 치명적 손상을 받는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골초’는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순간 10%까지 올라가는데, 이 농도가 40% 이상 치솟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매년 국내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7000명 이상 발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차용성 연세대 원주의대 응급의학과 교수(사진 가운데) 연구팀이 심장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심근 손상 과정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저산소증이 아니라 일산화탄소가 직접 심근을 타격한다는 내용이다. 차 교수는 “보통 심장 손상 후 실시하는 심근 검사나 심전도 수치, 심장초음파는 초기 변화가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화된다”며 “예후가 나쁘지 않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MRI에 심근 손상이 남아 있다는 사례를 접하고 중독이 장기적으로 환자 심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7~2019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내원하는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환자 중 심장효소인 ‘트로포닌 아이(I)’가 상승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먼저 병원에 온 지 1주일 내 심장 MRI를 찍었고, 4~5개월 단위로 추적 관찰하며 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MRI를 추가로 촬영했다.

그 결과 환자 104명 중 71명(약 69%)에게서 미세한 심근 손상이 관찰됐다. 손상 패턴은 심근의 중간벽이 섬유화(세포 사이사이가 딱딱하게 굳는 것)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산소증으로 인한 심근 손상에서 나타나는 ‘심내막층 손상’과 다른 양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 같은 손상 패턴은 4~5개월이 지난 후 촬영한 심장MRI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차 교수는 “일산화탄소 중독 후 심장 관련 증상이 없고 심근 검사 및 심장 초음파상 기능이 회복됐는데도 불구하고 드러나지 않는 심근 손상이 중독 환자 상당수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며 “중독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 및 장기적 심장 합병증을 어떻게 예방할지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심장영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미국심장학회:심장혈관영상’에 실렸다.

심근세포의 상태를 체크하며 맞춤형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 전공 문인규 교수팀은 스위스 로잔공대와 함께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심근세포의 3차원 구조를 재현하는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존 이미지 기반 세포분석 기술은 형광물질 마커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잘 보이지 않고 (반)투명한 세포들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형광 마커는 세포 구조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고, 3차원 운동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셀)로부터 배양한 심근세포에 약물을 주입한 뒤 나타나는 데이터를 토대로 홀로그래피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부정맥 치료제 등을 써서 나타나는 양상이 실제 심장에 해당 약을 투여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점을 보였다. 문 교수는 “질병이 있는 환자의 심장에 치료제를 직접 투여해 심장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위험하고 부작용이 많다”며 “환자 맞춤형 심장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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