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시대의 역설'…커지는 오디오콘텐츠 시장, 치열해진 콘텐츠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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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6 14:19   수정 2021-05-17 09:03

'비디오 시대의 역설'…커지는 오디오콘텐츠 시장, 치열해진 콘텐츠 확보전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속속 자체 오디오 콘텐츠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 세계 최대 ‘빅테크’ 애플, 글로벌 1위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 등이 각각 오리지널 팟캐스트 콘텐츠 확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기로 했다. ‘영상 공룡’ 넷플릭스도 팟캐스트 플랫폼 출범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섰다.
SKT 플로 “3년간 콘텐츠에 2000억원 쓴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오디오 스트리밍플랫폼 ‘플로’에 오리지널 팟캐스트 시리즈 ‘캐릭터의 정신분석’을 내놨다. 정신과 전문의가 드라마나 영화 등장인물 심리를 분석하고 작품 OST를 소개하는 콘텐츠다.


플로는 이달 들어서만 자체 팟캐스트 다섯개를 시작했고, 2주 내에 시리즈 두 세개를 더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돌그룹 하이라이트가 책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반전의 하이라이트’, 1980~1990년대 올드팝과 당시 가수들을 소개하는 ‘젊은놈의 옛날음악 복고맨’ 등이다. 지난달엔 ‘테이의 발라드의 민족’ 등을 자체콘텐츠 명단에 추가했다.

플로 관계자는 “요즘은 팟캐스트 얘깃거리가 있다 싶으면 안 만나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기존 음원 플랫폼 이용자에게 익숙한 음악·영화 주제를 비롯해 경제·예능·교양 등 새로운 분야까지 협업 논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는 올해부터 3년간 자체 팟캐스트와 음악 콘텐츠 확보에 2000억원을 들인다. 지난달엔 개인 오디오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MZ세대 입맛에 맞는 팟캐스트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도 오디오콘텐츠 플랫폼 ‘기웃’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미국 IT 매체 프로토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달 초 미국 사용자 일부에 보낸 설문조사 이메일을 통해 새 기능인 ‘N플러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팟캐스트와 넷플릭스 콘텐츠 OST 등을 모아들을 수 있는 기능이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작년 말엔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콘텐츠의 음성만 스트리밍해 들을 수 있게 하는 ‘오디오 모드’ 기능 테스트를 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스트리밍 사용자를 다른 플랫폼에 뺏기지 않으려한다”며 “이를 위해선 영상 뿐 아니라 주변 콘텐츠 세계를 망라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 팟캐스트 서비스로 발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포티파이는 해리왕자 팟캐스트에 280억원 계약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공세가 치열하다. 애플은 이달부터 170개국에서 팟캐스트 정기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은 작년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용자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찾아주는 스타트업 스카우트FM을 인수했다.

트위터는 지난 4일 실시간 오디오 방송을 할 수 있는 ‘트위터 스페이스’ 기능을 도입했다. 페이스북도 수개월 안에 팟캐스트 청취와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서비스에 추가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작년 9월 자사 스트리밍서비스 아마존뮤직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고, 작년 말엔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팟캐스트 기업 원더리를 인수했다. 원더리는 범죄 사건을 오디오 드라마로 재구성한 '더티 존', 의료사고 사례를 드라마 형식으로 들려주는 '닥터 데스' 등 고정 팟캐스트 콘텐츠를 50종 이상 보유한 기업이다.

2018년 일찌감치 팟캐스트 시장에 발을 들인 세계 최대 오디오 스트리밍기업 스포티파이는 인수합병(M&A)과 독점계약에 거액을 쓰고 있다. 2019년엔 팟캐스트 제작기업 김릿을 약 2억3000만달러에, 앵커를 약 1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작년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팟캐스트 기업 링어를 1억9600만달러에 사들였다. 팟캐스트 시장 광고플랫폼인 메가폰은 2억3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스포티파이는 유명인사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엔 영국 해리 왕자·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와 팟캐스트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스포티파이가 해리 왕자 부부에게 지급하는 돈은 2500만달러(282억원)에 달한다.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영부인도 스포티파이에서 독점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성장세 큰 ‘블루오션’…자율주행차와도 엮여
이들 기업은 모두 팟캐스트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22%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같은기간 청취자 수는 1억4200만명에서 3억200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태블릿·인공지능(AI) 스피커 보급률이 늘면서 오디오 콘텐츠 소비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각 기업에게 팟캐스트는 차별화·부가수익 수단이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음원은 대부분 플랫폼이 똑같이 제공하기 때문에 음원에만 치중할 경우엔 결국 UX/UI 경쟁 밖엔 안된다”며 “플랫폼 영향력을 넓히려면 오리지널 콘텐츠로 자체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팟캐스트는 영상에 비해 투자금이 적게 들고, 제작 기간은 짧다는 장점이 크다”며 “이용자를 플랫폼에 잡아두는 자물쇠효과(록인효과)를 위해 독점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팟캐스트 시장은 이미 미국 등에선 큰 광고 플랫폼이다.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에 따르면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 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넘길 전망이다. 2019년 6억7870만달러 규모였던 시장은 작년엔 8억6340만달러로 커졌다.

데이터를 활용해 팟캐스트를 자사 다른 서비스에 연계하거나 마케팅에 쓰기도 좋다. 팟캐스트는 라디오와 달리 방송 시간에 맞춰 들을 필요가 없다. 누가, 언제, 무슨 장치를 통해 어떤 팟캐스트를 듣고있는지만 알아도 그의 생활패턴·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이를 반영해 작년 초 청취자별로 팟캐스트 광고를 다르게 삽입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팟캐스트는 AI 스피커,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성장 시장과도 엮여있다. 각각 보급률이 늘면 오디오 콘텐츠 수요가 그만큼 커질 것이라서다.

SK텔레콤은 AI스피커 ‘누구’를, 아마존은 인공지능 엔진 '알렉사' 기반 스마트스피커 에코를, 애플은 스마트스피커 홈팟을 주요 제품군으로 두고 있다. 팟캐스트 시장이 커지면 이들 제품군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플랫폼을 키워 자율주행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공급하기도 좋다.
글로벌기업 물량전 vs 국내기업 로컬 콘텐츠

국내 시장은 특히 팟캐스트 수요가 높다. 로이터통신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팟캐스트 청취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2019년 1분기 기준 한달간 팟캐스트 콘텐츠를 하나라도 들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이 53%에 달했다. 각 기업이 한국 팟캐스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각 기업은 일단 콘텐츠를 많이 확보해 물량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작년말 기준 팟캐스트 콘텐츠 개수가 190만개에 달한다. 2018년 말 18만5000개였던 콘텐츠 보유량을 10배 이상으로 늘렸다. 스포티파이는 연내 국내용 팟캐스트 콘텐츠도 출시할 계획이다.

플로 등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이 확보한 팟캐스트 콘텐츠 물량은 이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그러나 음성을 수십분간 듣는 팟캐스트 콘텐츠의 특성상 외국어 콘텐츠는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별 위협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플로는 국내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 쉽고, SK텔레콤의 이동통신·유료방송 청취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스포티파이는 수년간 팟캐스트 성공법 노하우를 쌓아왔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용 콘텐츠 제작에 적극 투자할 전망이라 서로 녹록치않은 대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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