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동결해도 위기" 자영업 호소 더이상 외면 말라

입력 2021-05-16 17:45   수정 2021-05-17 01:05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3명(32.2%)은 내년 최저임금(올해 시급 8720원)이 동결되더라도 ‘폐업’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한계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이 없거나 가족이 함께 일하는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는 ‘폐업 고려’ 응답이 40.6%까지 나왔다. 최저임금을 더 올려선 자영업이 살길이 없다는 호소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과반수가 최저임금 ‘동결’(45.7%), 또는 ‘인하’(16.2%)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 1만원’이란 문재인 정부 공약을 내년엔 꼭 달성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과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1만원에 맞추려면 올해 대비 14.7% 이상 인상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자영업의 신규 고용 포기, 기존 직원 해고는 물론 줄폐업이 우려된다.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25%에 달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회에서 자영업자 대상의 코로나 손실보상 법제화를 논의하는 와중이다.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정부는 요즘 ‘소득주도 성장’이란 용어를 잘 쓰지 않지만, 작년(2.9%)과 올해(1.5%) 주춤했던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를 내면 결국 소주성 정책을 다시 밀어붙이는 꼴이 된다. 현 정부 4년간 최저임금이 34.8% 오르는 동안, 정부가 장담했던 ‘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생산 증대→일자리 창출’이란 선순환은 전혀 목격할 수 없었다. 오히려 종업원 해고 등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만 낳았다. 오죽했으면 소주성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학현학파’ 학자들조차 최근 심포지엄에서 “소주성이 취약계층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했다”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했다”는 식으로 자기반성을 했을까 싶다.

더 우려스런 점은 마차가 말을 끌듯 본말이 전도된 소주성 정책에 집착하는 동안 자영업이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작년 한 해 16만5000명 줄었고, 이 여파로 ‘나홀로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9만 명 늘었다. 이런 추세가 코로나 충격이 미친 2020년 이후보다, 그 이전 두 해 동안 최저임금 급등 때 더 뚜렷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아무리 “분배 악화를 막기 위해서”(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라고 해도 소주성 정책 처방이 잘못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지금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서 실패한 경제정책을 오기로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가 절실하다는 자영업자들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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