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은 줄이면서 중금리 대출은 늘리라는 모순[김대훈의 뱅크앤뱅커]

입력 2021-05-18 07:01   수정 2021-05-18 10:17


"중금리 대출을 많이 다루라."(금융당국)

"중금리 허들을 높이는 게 어떻게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나요."(은행 관계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상호저축은행업·여신전문금융업·상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민간 중금리 대출의 정의를 바꾸는 것이다. 앞으로 ‘신용점수 하위 50%(4등급 이하) 차주’에게 빌려주는 ‘업권별 금리 상한 이하의 모든 비보증부(정부가 보증해주는 서민금융상품 등을 제외한) 신용대출’을 중금리 대출로 분류한다.

업권별 금리 상한 요건은 △은행 연 6.5% △상호금융 연 8.5% △카드 연 11.0% △캐피털 연 14.0% △저축은행 연 16.0% 등이다. 현행보다 3.5%포인트씩 낮췄다.

중금리 대출을 늘리라는 당국의 이번 조치는 신용도가 낮아 업권 밖으로 밀려곤 했던 차주에게 금리를 좀 더 받더라도 대출을 해주라는 의미다.

금융사들은 기존에 다루던 업권별 대출의 금리 수준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수준에 맞춰 일괄적으로 낮추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은 기존대로라면 가중평균금리가 연 6.5%부터 최고 금리 10%인 대출(중금리 상품으로 출시된 상품)을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연 6.5% 이하의 모든 신용대출(신용도 기준)을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당장 은행 중금리 대출 한도에서 벗어나는 연 6.5% 이상이자, 상호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한도인 연 8.5% 이하의 차주는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에선 신용등급이 4등급이 넘더라도 연 6.5~10%가량의 중금리 대출을 받아가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중 일부는 중금리 대출을 앞으로 은행 밖에서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기존에는 '중금리 대출'이라고 사전에 이름이 정해진 비보증부 대출만 중금리 대출로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은행이 다룬 모둔 신용등급 4등급 이하(4등급 보다 신용등급이 낮은)인 사람이 연 6.5%보다 금리가 낮은 대출을 받아가면 '중금리 대출'이 된다고 설명한다. 은행별로 다루는 중금리 대출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발표자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4등급 이하 차주에 대한 신용대출 공급규모는 14조4000억원으로 평균 금리는 회사별로 3.9~6.1% 수준이다. 이 중 실제로 중금리대출로 집계되는 금액은 2000억원에 불과했다. 중금리 대출의 기준이 확대되면 실제 은행이 취급하는 대출은 30조원에 가깝게 된다는 설명이다.

금리 구간을 하향하는 대신, 대상 상품을 늘려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을 늘려주겠다는 말은 소비자가 몇 %의 금리로 돈을 빌려갈 수 있는지와는 상관없는 공급자 측면의 접근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금리 대출을 많이 다룬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에 따라 실제로 대출이 활성화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재개 시 은행권 중금리대출은 일부 예외를 검토하고 실적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업권별 최고금리 기준에 따라 특정 금융사가 전략적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을 '박리다매'하겠다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다.

특히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에게 '중금리 대출 실적을 늘리라'는 주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으로선 기존 고신용자에게 좀 더 금리가 높은 중금리 대출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은행에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관규제(DSR)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금융당국이 전 금융사에 '가계부채 억제'를 주문하는 와중에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중금리 대출 공급실적을 분기별로 비교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금리 대출의 경우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예외'로 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인센티브가 있더라도 리스크 관리 정책상 중금리 대출을 억지로 늘리기 쉽지 않다"며 "함부로 대출 공급을 늘렸다간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역마진 우려도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새로 만든 중금리 대출 기준은 사실상 업권별 중금리 대출 장벽을 만들어놓은 것과 같다"며 "장벽에서 밀려나는 중간지대에 있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각종 정책대출 등의 방안을 만을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각종 서민대출을 1~3등급 고신용자가 받아가도 중금리 대출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없어질 것"이라며 "업권별 중금리 대출에서 밀려나는 사람도 대환 대출 플랫폼을 통해 흡수하면 좀더 원활한 자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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