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업급여 대책

입력 2021-05-17 17:22   수정 2021-05-18 00:11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부터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마련한 방안에는 직전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사람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액을 줄이고, 매년 실직과 취업을 반복해 5년간 6회 이상 수급하는 경우에는 최대 50%까지 감액하는 대책 등이 담겼다. 또 이들에 대해서는 실직 신고일로부터 실업급여 지급일까지 최대 4주를 대기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모두 실업급여 유인을 축소하는 조치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마련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충격에 반복·부정수급이 해마다 증가하는 등 고용보험기금 고갈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금 사정이 나빠진 배경에는 코로나19라는 외생변수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취지만 앞세운 친노동 입법과 엉성한 집행 등 정책적 오류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우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최저임금이다.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9% 올렸다. 2017년 대선판에서의 ‘시급 1만원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던 때였다. 그 결과 최저임금액을 기반으로 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높아졌고, 여기에 2019년 10월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늘리면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것보다 놀면서 최저임금에 준하는 실업급여를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부 재정일자리 확대도 고용보험 적자에 한몫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직접일자리는 지난해 95만 개, 올해는 104만 개에 달한다. 모든 재정일자리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메뚜기 실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 일자리는 실업급여를 받으러 가는 ‘쪽문’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행 실업급여제도는 비자발 이직 요건을 두고 있지만 보험료 기여기간(180일) 중 마지막 실직만 비자발적이면 되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며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총 26일의 연차휴가를 주도록 한 개정 근로기준법도 초단기 근로자를 양산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딱 1년만 근무하고 그만둔 근로자에게도 2년차에 예정된 15일치의 연차수당 청구권을 인정하다 보니 영세 사업주들은 자연스럽게 12개월 미만의 근로계약을 선호하게 됐다. 1년 미만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사업주로서는 2년차 연차수당은 물론 퇴직금 지급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실업급여 반복수급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정부가 자초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고용노동정책 전반을 검토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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