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가 주요 주주인 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상장 예정 기업 수는 대거 늘어난다.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한 크래프톤과 스틱인베스트먼트, H&Q 등을 주주로 둔 HK이노엔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시몬느(블랙스톤), 쏘카(SG PE), 야놀자(스카이레이크), ADT캡스(맥쿼리) 등이 IPO 준비에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통한 투자 회수는 매각에 비해 PEF들이 선호하지 않는 선택지였다. 수익이 곧바로 확정되는 매각과 달리 상장은 보유 지분을 한 번에 처분할 수 없는 투자 회수 방식이기 때문이다. 공모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구주 매출한 뒤 잔여 지분을 누군가에게 매각해야 한다. 펀드 만기가 5~8년으로 정해진 PEF로선 IPO 시장 혹은 증시 분위기가 안 좋으면 투자자산을 장기 보유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PEF가 IPO를 통해 투자 회수에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 2017년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VIG파트너스가 삼양옵틱스 상장에 성공해 주목받았지만 그 이후엔 PEF가 주인인 기업이 상장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MBK는 두산공작기계와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추진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VIG파트너스도 2018년부터 바디프랜드 상장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하기 전에 더 많은 PEF가 IPO 시장에서 투자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이동으로 국내 증시가 주춤하면 투자기업의 몸값을 높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기업을 매각해 수익을 내는 데도 부담이 된다. 잠재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시장에선 금리가 낮을 때일수록 인수 후보가 더 많은 돈을 빌려 베팅할 수 있기 때문에 매물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모펀드 시장에선 IPO가 믿을 만한 투자 회수 방식으로 정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거래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매각을 통한 회수만 고집할 수 없게 된 PEF들로선 투자 회수 경로를 다변화할 기회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김진성/차준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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