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가를 짓누르고 있는 건 반도체 쇼티지(부족) 문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자 이동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한 반도체업체들은 차량용 제품 생산 계획을 크게 줄였다. 대신 모바일·PC·가전제품용 반도체 생산 계획을 늘려잡았다.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공정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들이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차량 수요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불거졌다. 자동차회사는 급하게 반도체 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공정을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증권가에서 최근 “현대차 주가가 오를 때가 됐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반도체 쇼티지 문제는 데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업체가 공정을 전환하는 데 6개월가량 걸린다. TSMC가 오는 6월부터 반도체 부족 문제가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어마어마한 수요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5월 보릿고개’만 잘 넘기면 하반기 실적은 크게 좋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뜻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현대차는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울산 5공장 2라인을, 이날은 울산 3공장을 휴업했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 물량은 실적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현대차 판매대수를 100만~109만 대로 예상하고 있다. ‘드라이브 시즌’인 2분기는 통상 1분기보다 판매량이 12~13%가량 많지만 생산 차질을 고려하면 1분기와 비슷하거나 3~5% 많은 생산량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고차 가격이 올라가면 신차 가격을 올릴 유인이 생긴다는 점도 호재다. 현대차는 국내 렌터카 3위 업체인 현대캐피탈 대주주이기도 하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6~7월 신차 판매 실적이 큰 이상이 없다는 게 확인되면 주가가 반응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기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약 110만 대지만 이는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이슈까지 겹치면 2025년까지 최소 150만 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 차량공유업체 우버·리프트와 로보택시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지만 실적에 미칠 영향은 시장의 걱정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걷히는 시점까지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수요 회복’과 ‘실적 개선’, ‘전기차 역량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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