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도심 확 바꾼 아라리오…'2030 핫플레이스'로 부활

입력 2021-05-19 15:21   수정 2021-05-19 15:23


1990년대 제주시 탑동은 ‘제주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젊은이들이 붐비던 번화가였다. 상가, 영화관, 술집, 모텔이 즐비했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신제주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탑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도심은 도시공동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카페와 음식점, 술집, 옷가게는 문을 닫았고 2009년 제주대병원마저 이전하면서 탑동은 옛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채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동네로 버려졌다. 원도심 상권이 해체된 뒤 30년이 흘렀지만 건물 신축이나 증·개축이 이뤄지지 않아 적막한 도시로 전락했다.
텅 빈 건물 가득한 도심에 미술관
사람 없이 빈 건물만 가득한 탑동에 미술관이 문을 열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1999년 개관해 2005년 문닫은 제주 최초의 복합 상영관인 탑동시네마가 10년 후인 2015년 미술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미술관 이름도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로 옛 영화관의 이름을 그대로 살렸다. 미술관에 이어 주변에 빵집, 맥줏집, 호텔, 카페, 편집숍이 들어서면서 탑동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제주를 찾은 젊은이들이 탑동에 모이기 시작했고 제주의 명소로 떠올랐다. 아라리오 제주는 탑동시네마 외에 인근에 두 곳의 모텔을 리모델링해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3개 뮤지엄의 건물 구입비는 약 30억원, 리모델링에만 7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건물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외관만 아라리오 뮤지엄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칠했다. 이곳에는 천안에 본사를 둔 아라리오 설립자 김창일 회장이 평생 모은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김지완 아라리오 제주 대표는 “미술관 건립부터 시작해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탑동이 탄생했다”며 “미술관을 중심으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에 동참한 파트너사와 협력해 예전처럼 활기를 띠는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카페, 편집숍 등 ‘아라리오 로드’ 완성
지난 16일 제주 탑동의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골목. 수십 명의 방문객이 건물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거센 바람에도 회색 건물에 새겨진 알파벳 ‘d’라고 쓰인 벽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었다. 요즘 이곳은 젊은이들에게 핫한 거리로 유명해졌다. 텅 빈 건물이 많던 탑동은 이제 20~30대가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제주 공항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의 탑동에는 아라리오뮤지엄 외에 주변에 미술관 두 곳과 음식점, 카페, 선술집, 숙박시설, 편집숍 등이 있다. 아라리오 제주가 문 닫은 극장과 먼지 낀 모텔 두 곳을 도시재생의 핵심으로 주변 상권과 연계한 ‘아라리오 로드’를 만들었다.

지난해는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디앤디)가 오픈하면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음식점,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디앤디는 한 장소에서 취향을 공유하고 사람들을 공부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문화예술과 휴식, 쇼핑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젊은이들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졌다.

제주 식재료 사용, 지역 작가 작품 판매
디앤디 제주는 SNS를 통해 제주에 가면 꼭 가봐야 할 필수 방문지가 됐다. 매장에서는 새 제품이 아니라 가치가 높은 재활용 제품을 선별해 ‘롱 라이프 디자인’을 판매한다. 디앤디는 일본 한국 중국 등에 11개 지점이 있다. 숙박시설을 접목한 건 디앤디 제주가 유일하다. 아라리오 제주가 직접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모든 가구와 소품을 재활용품으로 배치했다. 귤을 담는 박스, 사무실에서 쓰던 철제 캐비닛 등을 가구로 활용했다. 13개의 방에서 나오면 사람들은 하나의 거실에서 아침밥을 나누고, 밤에는 함께 음악을 듣는다. 오래 알던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 머무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1층은 카페와 음식점, 2층은 편집숍,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구성돼 있다. 모든 시설이 허투루 기획된 곳이 없다. 2층 편집숍에선 1년 내내 작품이 전시된다. 세계 각지에서 최소 20년 이상 지난 제품의 디자인 스토리와 제작 과정을 소개한다. 지난해는 ‘파세코 석유난로’가 전시됐다. 1974년 난로용 심지를 생산하는 신우직물공업사로 창립해 1980년대부터 석유난로를 제조하고 30년 가까이 40여 개국에 수출되는 제품이다.

음식점에서는 제주산 식재료를 활용해 밥상을 마련한다. 고추장과 배합한 감귤고추장, 제주 토종 콩으로 빚은 푸른콩된장 등이 주재료로 사용된다.

제주=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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