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기구 없는 檢-공수처, 사사건건 충돌

입력 2021-05-20 17:33   수정 2021-05-21 03:34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보부 이첩 및 불기소권을 둘러싼 권한 문제에서부터 개별적인 사건 수사까지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수사기관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갈등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불필요한 알력 다툼을 막기 위해 두 기관 사이의 ‘핫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4일 ‘공무원 등 피의사건 수사개시 통보(이규원)’라는 제목의 공문을 대검에 발송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최근에서야 수사개시 여부를 파악했다. 해당 공문이 대검 감찰부에만 접수됐기 때문이다. 공수처와 검찰 간 ‘투트랙’ 수사에 엇박자가 난 것이다.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교육감 사건 처분을 놓고서도 두 기관 사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하면 검찰의 보완수사에 응해야 하고 공수처의 ‘불기소권’에 대해서는 두 수사기관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의 알력 다툼이 반복될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본격적인 수사는 개시하지도 못한 채 사건 관할만 따지다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수사를 개시한 후에도 사건 처분을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결론적으로 범죄자에게만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기관의 수사가 각각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느 부분의 조사가 부족한지를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두 기관이 자신의 권한을 지키는 것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부패 척결’이라는 하나의 동일한 목표를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핫라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곳곳의 갈등이 나중에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때에 맞게 수사에 필요한 부분을 논의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아니라 공수처법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검찰개혁이 속도전으로 이뤄진 탓에 공수처법에 공백이 생겼으며 그 공백으로 인해 실무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조 교육감 사건 처분에 대한 갈등도 공수처법 27조 공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공수처는 불기소 결정을 할 경우 관련 사건을 대검에 이첩해야 하는데 그 이후 처분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현 정부 초기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지휘체계의 일원화가 중요하다”며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앞으로의 혼란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눈앞의 권한을 놓고 검찰과 다투기보다는 5년, 10년 후 어떻게 자리잡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지난 4개월보다 앞으로의 4개월이 더 중요하다”며 “그 시기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존립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경찰이 하던 사건을 가져와 수사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가져와 다시 그 진상을 밝힌다든지 하는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도 “공수처가 현재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는 공수처가 제일 잘 알 것”이라며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협의체를 만들어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수사기관끼리 다투기만 해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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