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상상·직관·영감…콘텐츠를 살찌우는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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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20 16:57   수정 2021-05-21 03:16

[책마을] 상상·직관·영감…콘텐츠를 살찌우는 'i'


콘텐츠의 시대다. 텍스트가 아니라 콘텍스트가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부가가치가 커진다. 그런데 텍스트만 추종하고 순응하면서 스스로 텍스트의 울타리 속에 갇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른바 ‘텍스트 자폐증’이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6I 사고혁명》은 ‘텍스트 자폐증’에 걸린 콘텐츠를 구출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려는 베테랑 인문학자의 집요하고도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역작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계적 혁명이 아니라 생각의 혁명이다. 저자는 인문학적 사고력을 ‘6I(탐구, 직관, 영감, 통찰, 상상, 나)’라는 여섯 가지 생각의 도구로 구체화해 보기도 만지기도 힘든 콘텐츠를 우리 손에 꼬옥 쥐여준다.

첫 번째 도구는 탐구(Investigation)다. 콘텐츠는 검색으로 얻은 자투리 지식이 아니라 호흡이 긴 지식과 정보로 축적돼야 한다. BTS의 앨범 ‘맵 오브 더 소울’은 지식이 탐구를 통해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표적인 경우다. 같은 세대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오랫동안 탐구한 흔적이 드러난다. 단순한 음악적 기교가 아니라 수많은 교감과 열정이 그들의 성공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됐다.

두 번째는 직관(Intuition)이다. 스타벅스의 성공을 말할 때 흔히들 하워드 슐츠의 빠른 결정력을 떠올리곤 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갔던 슐츠에게 카페 문화를 도입해야겠다는 순간의 직관이 없었다면 오늘날 스타벅스의 신화도 없었을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로 불린 피터 드러커는 늘 시대의 변화에 맞춰 혜안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직관은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다. “저는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를 택해 스스로 학교를 짓고 다닌다는 기분으로 공부합니다.” 이처럼 그는 끊임없이 문제를 찾고 그 해법을 모색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은 직관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은 축적된 지식이 잠재됐을 때의 폭발력을 암시한다.

영감(Inspiration)은 세 번째 도구다. 나이키는 강력한 라이벌인 리복의 공세에 맞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잡아야 할 때 ‘왜 나이키를 선택해야 하는가’를 어필하려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만든 슬로건이 “Just Do It”.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 어느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왜’라고 묻고 또 물어야 영감이 답한다. 묻는 게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이어서 강조하는 것은 통찰(Insight)이다. 상품(商品)이 상품(上品)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통찰의 힘이 중요하다. 시선을 바꾸지 않으면 통찰력도 신통치 않게 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시장의 변화를 읽기 위해 경영진 회의가 끝나면 이른바 ‘그림자 위원회’를 연다. 젊은 사원들의 결정을 대폭 반영한 결과는 밀레니얼 세대의 열렬한 환호로 되돌아왔다.

다섯 번째는 상상(Imagination)이다. 전성기 때 타이거 우즈의 가장 큰 매력은 상상력이 풍부한 경기 운영 방식에 있었다. 늘 해오던 방식을 깨뜨리고 상식의 허를 찌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또 한 가지 예. 핀란드에서 노키아의 출현은 강추위와 폭설, 낮은 인구밀도에 기인한 ‘빈칸 채우기’였다. 결핍을 역이용한 방식이었다. 과학자 멘델레예프의 사례도 보자. 그의 주기율표는 새로운 상상력으로 화학의 지평을 바꿔놓았는데, 그것은 빈칸의 역설 때문이다. 경계 너머를 바라보는 눈, 프레임 깨기는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온다.

마지막은 바로 나(Individual)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위의 다섯 가지 5I사고는 내가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할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래야 창조를 위한 새로운 파괴와 융합이 가능해진다. 콘텐츠도 결국 그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고도로 농축돼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콘텐츠의 힘을 키울 것인가. 그것은 평면적 사고에서 입체적 사고로의 전환이다. 덧붙일 건 스토리다. 6I로 콘텐츠의 힘을 키우면 미래는 언제나 이미 도착해 있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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