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학구열이 더 강하다···코로나19 뚫고 한국 찾은 유학생들

입력 2021-05-20 17:35   수정 2021-06-25 23:15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전수한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제교류는 일어난다. 배우려는 의지가 바이러스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한국어문화교육원 어학당에는 올해 봄에만 100여명이 넘는 신규 학생이 입학했다. 그 중에서도 직장까지 포기하고 한국 유학길에 오른 두 외국인, 효영 씨와 사랑 씨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효영 : 홍콩에서 온 29살 Mung Hiu Ying이다. 한국에서는 ‘효영’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원래 발음 그대로다. (웃음)

사랑 : 베트남에서 온 26살 Dao Huong Giang이다. 한국 이름은 ‘사랑’이다. 평소에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좋아해서 이름으로 정했다. 한국 친구들도 잘 어울린다고 해주더라.

한국에 유학 온 이유는.
효영: 홍콩에서 연예부 기자로 일했다. 첫 인터뷰가 ‘뉴이스트’라는 k-pop그룹 인터뷰였는데, 내 어색한 한국어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좋은 인상이 남았고, 한국어를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지난 8월부터 한국에서 생활 중이다.

사랑 : 어렸을 때부터 한국 노래를 좋아했다. 지금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 말고도, 나얼, 김범수 같은 한국가수의 발라드를 듣고 자랐다. 언젠가 꼭 한국에 살아보고 싶었다. 졸업하고 호텔에서 서비스직으로 일했는데,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 결국 꿈을 좇아 한국에 왔다. 다니던 직장까지 포기했다.

지난 여름이면 한국은 코로나19가 한창 심하기도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효영 : 지금이 아니면 정말 늦어버릴 것 같았다(웃음). 홍콩에서의 커리어가 아쉽지만, 지금도 프리랜서로 글을 써서 홍콩으로 보내곤 한다.

사랑 : 코로나19 때문에 특히 부모님이 반대가 심하셨다. 베트남에선 코로나가 거의 잡혀가고 있었는데 한국은 심했다.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결국은 내 의지를 존중해주셨다.

자가격리 기간은 어땠나.
효영 : 밖에 못 나가는 것이 답답했다. 식사는 전부 배달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바깥 공기를 못 마셔서 힘들었다. 창문을 열자니 모기가 너무 많았다. 여름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꼭 모기퇴치제를 잔뜩 챙겨두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랑 : 정말 답답했다. 같이 입국한 친구랑 원룸에서 지냈는데, 친구가 기침을 하고 열이 나서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는데, 여기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다행히 단순한 감기였다(웃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교육기관은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어학당 수업은 어떤가.
효영 : 처음에는 80% 비대면 수업이었다. 줌과 웹엑스를 활용해서 온라인 강의를 했다. 요즘은 대면?비대면 수업을 반반 정도 섞고 있다. 처음엔 대면 수업을 원했는데, 요즘은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비대면 수업이 좋다. 한국은 홍콩에 비해 추운 날이 많은데, 특히 눈이 오는 날 외출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사랑 : 솔직히 비대면 수업은 싫다(웃음). 온라인 강의는 집중도 힘들고 무엇보다 잠이 온다. 강의실에서 생생한 대면 강의를 듣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있다. 자신만의 재충전 방법이 있다면.
효영 : 확실히 그렇다. 어학당 문화 활동이 전부 취소된 것이 아쉽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동네의 일상을 촬영한다. 평범한 사진이지만, 외국 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모든 순간이 특별하고 소중하게 담긴다. 사람과 대면할 필요도, 돈이 들지도 않는 훌륭한 취미라고 생각한다(웃음).

사랑 : 공부를 한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은 아쉽지만, 반대로 나를 유혹하는 것이 적어졌다는 뜻도 된다(웃음). 아직 부족한 한국어를 하나하나 배워갈 때마다 성취감을 느낀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효영 : 홍콩은 이미 전염병으로 큰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다. SARS 이야기다.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일상은 꼭 다시 찾아오더라. 조금만 더 참고 견뎌내자.

사랑 : 말없이 다가와 옷에 묻은 얼룩을 지워주셨던 아주머니가 생각난다. 첫 외국생활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그 작은 따뜻함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한국 사회가 됐으면 한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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