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복사기서 돈 삭제기 됐다"…암호화폐 폭락에 2030 '비명'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5-21 15:21   수정 2021-05-21 16:04


“‘돈 복사기’에서 ‘돈 삭제기’가 됐어요.”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와 암호화폐(가상화폐) 커뮤니티에는 비트코인이 급락한 이달 19일부터 손실 인증글이 쏟아졌다. 매입한 비트코인을 담보로 빚을 낸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손실 폭이 컸다. 비트코인이 급락하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받은 자산을 청산한 까닭이다.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는 30억~40억원대 손실을 봤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억원대 손실 인증글도 이어졌다.

440조원 빚더미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등을 사들인 2030세대의 신용 위험도 그만큼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만큼 청년층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출렁이는 암호화폐 시장
21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3시 현재 개당 4848만4000원으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5.97%(307만6000원)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4일에 기록한 빗썸 역대 최고가(8148만7000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최근 가격이 잇따라 출렁이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42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면서 이 시장의 ‘큰 손’인 2030세대의 자산가치도 휘청이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암호화폐 앱 이용자(MAU)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2030세대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암호화폐 거래금액도 천문학적으로 불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암호화폐 거래액은 31조원, 주간 거래소 방문자는 580만명에 이른다. 국내 투자자의 국내외 주식 거래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씨(36세)는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등 박탈감이 커지면서 암호화폐에 발을 디디는 또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김모씨(38세)는 “암호화폐 시장은 종일 돌아가고 변동 폭도 커서 카지노 같다”며 “주식투자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2030세대 차입금 부실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변동성 확대로 빚어진 청년층의 금융사고가 금융회사 부실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자 오르는데…2030에 대출 권하는 정부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는 것도 2030세대의 신용위험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2030세대 등이 조달한 대출상품 상당수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앞으로 시장금리 오름세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 기준)는 연 2.57∼3.62%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말(연 1.99∼3.51%)보다 0.11~0.58%포인트 뛰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코픽스 연동, 신규 기준)도 연 2.55∼3.90%로 지난해 7월 말(연 2.25~3.96%)보다 최저금리가 0.3%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의 선행 지표로 통하는 국고채 금리도 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103%로 올해 1월 4일(연 0.954%)과 비교하면 0.149%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뛰는 만큼 대출금리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청년층 대출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7월부터 청년층에게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만큼 가격 상승분만큼 떨어질 우려가 상당하다”며 “빚으로 이들 자산을 사들인 청년층 신용부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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