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가 없앤 '檢 여의도 저승사자' 부활한다

입력 2021-05-23 17:47   수정 2021-05-24 00:25

법무부가 증권·금융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문 수사협력단을 꾸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옛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해체한 지 1년4개월여 만이다.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신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만간 있을 검찰 인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검찰조직 개편에 나섰다. 법무부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설치하고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는 반부패수사협력부로, 반부패1·2부는 반부패·강력수사1·2부로 개편하는 방안 등을 대검찰청과 일선 검찰청에 보내 의견 조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검찰과 다른 기관 사이 ‘협업’에 방점이 찍혔다.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에 생길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주도했던 합수단과 달리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수사 ‘협력단’ 형태로 꾸려질 전망이다. 금융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기존 금융조사부는 유지하되 검찰, 사법경찰, 특별사법경찰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수사협력부 신설도 마약범죄 등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권 상당 부분이 경찰로 넘어간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검찰과 경찰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 수사협력 관련 부서 및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인권보호부도 신설할 예정이다.
檢 증권범죄 대응역량 ‘주목’
법조계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법무부가 증권·금융범죄 전문 대응조직 부활에 나선 것을 주목하고 있다. 합수단은 2013년 5월 출범 후 7년 동안 1000명 가까운 증권범죄 사범을 재판에 넘겨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지난해 추 전 장관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합수단 폐지 당시 수사 전문성 약화 등의 우려 속에 “여의도 ‘주가조작꾼’들만 좋게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합수단은 2015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투자자문)과 다이와증권 임직원들이 시세조종 세력과 손잡고 주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적발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인지도가 높은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검은 뒷거래’를 밝혀낸 사건이었는데, 피고인들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SK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 기초자산 시세조종 사건, 신일산업 적대적 인수합병(M&A) 사건 등 굵직굵직한 증권·금융범죄 수사를 도맡았다.

합수단 폐지 후 검찰의 관련 범죄 사건 처리 건수는 급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기소한 증권범죄 사건은 2019년 23건, 2018년 41건에서 지난해 3건으로 크게 줄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활황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세조종, 허위 공시, 허위 정보를 활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들이 염려된다”며 전문 대응조직 부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합수단 폐지를 결정한 추 전 장관은 “그나마 한 걸음 옮겨놓은 개혁마저 뒷걸음질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반발했고, 한동훈 검사장은 “증권범죄가 활개 치고 서민이 피해를 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결과가 벌써 드러나고 있는데도 본인만 자기 잘못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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